[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00)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 2세대 항공사_전북항공~중부항공, 이스타항공 ①

2024-02-21 05:38: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우리나라에는 15개의 공항이 있다. 그리고 건설중이거나 논의중인 신공항을 합하면 모두 8개에 이른다. 신공항 건설 추진에는 특별법 제정,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여론조사 무시, 환경평가도 건너 뛴다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이미 운영중인 15개 공항 중 10개 안팎의 공항이 매년 적자 상태인 데도 그렇다.

이 같은 신공항 건설 러시가 국내 항공업계에 미칠 영향은 표면적으로만 긍정적이다. 공항이 많아진다는 것은 노선의 다양성과 확장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특한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별의별 명분과 주장과 논리로 공항이 건설되면 그 다음엔 꼭 해당 공항 기반의 거점항공사 설립이 추진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 세계 LCC 최다 보유국에서 소형항공사까지 최다보유를 넘본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공항마다 필연적으로 신규 항공사 설립이 뒤를 따르는 게 공식처럼 되어 있다.

그 바람에 이미 공항 숫자만큼의 12개 항공사(운항중단중인 항공사 포함)가 있는데,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1공항 1항공’의 도식이 깨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국제공항이든 소형공항이든 공항이 생기고 나면 그 다음은 예외없이 항공사 설립에 총력을 기울인다. 항공사가 없는 지방공항마다 지역민들의 의기투합과 정치권의 표심이 어우러져 ‘거점항공사’라는 명분아래 ‘우리만의 항공사’를 경쟁적으로 만들어낸다. 이 틀이 깨져야 그나마 다 산다. 그렇지 않으면 불과 10년 후에는 공항이 23개가 되고, 소형항공사까지 포함해 20여개의 올망졸망한 항공사 보유국이 되고 만다. 글로벌 경쟁력은 없어지고, 유가나 환율 등 외부요인에 쉽게 흔들리는 영세한 항공사만 양산해내는 바람에 결국 항공소비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이처럼 전국에 산재한 각 공항마다 지역항공사를 설립하려는 붐은 2005년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그 가운데 전북도의 지역항공사 설립 추진은 군산공항 활성화와 김제공항 신설 추진이라는 지역공항 이슈에 뿌리가 있다. 전북도의 공항은 군산공항이 유일하다. 또한 전북도는 광역지자체 중 민간공항이 없는 몇 안되는 지역이다. 왜냐하면 군산공항의 소유자는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 공군이다. 그래서 군산에서는 과거부터 ‘군산공항’이라 부르지 않고 ‘미군비행장’이라 불렀다.

군산공항은 군용기와 여객기가 동시에 이용하는 공항으로 미군 공군기지의 일부를 민항기용 부지로 이용하여 운영된다. 미국 공군, 대한민국 공군, 한국공항공사 등 3자가 공동으로 관리한다지만 아무래도 미공군이 공항 운영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2023년 4월부터 8월까지 미공군 활주로 공사로 군산공항 운항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전북도의 오래된 지역현안 중 하나가 독자적인 민간공항을 갖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전북도는 민간항공을 위한 별도의 지역공항 건설을 줄곧 정부에 요청했지만 항공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번번히 수용되지 않았다. 인근의 청주공항이나 무안공항과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았고, 운영중인 군산공항의 이용객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

전북도 입장에서는 공항이 없으니 항공수요가 없는 것이지, 제대로 된 지역국제공항이 있다면 항공수요는 충분하다고 보았다. 지역주민들의 강한 요구와 선거때마다 등장하는 정치권의 공약에 힘입어(?) 공항 건설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도청소재지인 전주와 군산의 중간지점에 김제공항을 건설하기로 하고, 1999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2001년에는 김제공항 부지에 대한 보상작업을 마무리하고 용지매입까지 끝마쳤다.

이제 공항을 짓기만 하면 되었는데, 2004년 6월 감사원에서 호남고속철 개통 등에 따른 항공수요 부족 등을 들어 ‘타당성 부족’이라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게다가 지역 시민단체들의 공항건설 반대운동도 있었다. 결국 전북도는 2008년 7월 김제공항 건설을 접었다.

김제공항 건설사업 백지화이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고, 정부는 전북도와 정치권이 거든 지역공항 건설 요구에 새만금국제공항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군산공항의 기존 활주로에서 서쪽으로 1310m 떨어져 있는 새만금개발계획 상의 공항부지에 기존 활주로와 독립된 길이 2500m의 활주로를 따로 건설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새만금공항을 짓기로 하였다. 2019년 1월29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목록에 들어가면서 새만금공항 신설이 확정되었다. 2022년 6월30일 국토교통부가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고시, 발표하면서 2024년 착공, 2028년 완공, 2029년 개항이라는 스케줄도 확정됐다.

그런데 2023년 국민적 지탄이 쏟아진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부실 운영의 여파로 2024년 예산안에서 새만금공항 예산이 유탄을 맞았다. 기재부 심의단계에서 삭감된 예산은 국회 심의단계에서 민주당의 활약으로 일부 복원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공항건설사업비는 애초 580억원이었으나 66억원으로 삭감됐다가 국회 예산 심의 단계에서 261억원이 증액되면서 327억원으로 확정됐다. 새만금공항 건설사업비가 다시 반영되기는 했지만 국토부가 2024년 6월까지 새만금 SOC 적정성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어서 아무리 빨라야 올 하반기 이후나 가야 후속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2024년 착공, 2028년 완공, 2029년 개항이라는 애초의 스케줄은 지켜지지 못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더해 잼버리 부실 운영으로 새만금과 관련된 국민들의 인식이 나빠지자 새만금공항 건설을 취소하라는 여론마저 일고 있다. 그간 새만금공항 건설을 반대하던 지역 환경단체들의 반대활동도 다시 일고 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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