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98)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2세대 항공사_에어부산 ⑤

2024-02-07 05:16: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의 직영을 개시한 이후 꼭 8개월 간의 대장정은 속전속결과 일사천리였다. 그만큼 거리낌도 없었고 차질도 없었다. 2008년 2월27일 직영이 개시되고 10월27일 취항일까지 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 신청은 5월13일 접수해 6월11일 발급됐으며, 10월24일 운항증명(AOC)을 교부 받았다. 신생항공사들에게는 그 어렵다는 AOC조차 짧은 시간 안에 받아냈고, 3일 후에는 취항까지 이루어냈다. 당시 AOC를 통과한 K-LCC는 2005년 8월31일 취항후 2008년 10월18일부터 운항이 중단된 한성항공과 2006년 6월5일 취항한 제주항공, 2008년 7월17일 취항한 진에어와 8일후인 7월25일 영남권에 첫 지역항공시대를 연 영남에어에 이어 에어부산이 5번째였다.

에어부산은 2008년 10월27일 오전 9시30분 김해공항에서 취항식을 갖고 운항에 들어갔다. 얼마나 숨가쁜 일정이었는지 취항 한달여 후인 12월11일에야 서울에서 취항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에어부산은 "백화점식 서비스는 지양해 거품을 빼고 꼭 필요한 서비스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즈니스 승객이 많은 부산~김포 노선에서는 K-LCC 중 유일하게 신문서비스를 제공하고, 관광객이 많은 부산~제주 노선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등 유연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취항초 45일간의 운항실적을 공개했는데, 부산~김포 노선 탑승률은 50%를 넘겼고 단 한 건의 결항없이 정시율 9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에어부산은 또 신생 '저가항공사’가 아닌 신생 '지역항공사’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을 경쟁상대로 꼽았다. 에어부산은 "항공사를 구분할때 ‘저가’와 ‘대형’으로 구분하는 것이 손쉬운 패턴이긴 하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예에서 보듯 가격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는 아니다"며 가격보다는 서비스로 승부를 걸겠다는 뜻을 밝혔다.

에어부산의 이 같은 초기 전략은 당시 우리나라 항공환경에서 기인했다. K-LCC들이 전국에서 우후죽순처럼 나오면서 자본이 취약한 영세항공사와 경험이 부족한 신생항공사들의 폐해가 항공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었고,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던 시기였다. 이로 말미암아 LCC든 지역항공사든 소형항공사든 모든 신생항공사들을 싸잡아 부정적인 의미로 ‘저가항공사’라 불렀다.

이때부터 ‘저가항공사’는 LCC의 우리말 해석이 아니었고, 저가의 항공사도 아니었고, 그저 부정적인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때문에 성공한 K-LCC와 탄탄한 지역항공사 그리고 새롭게 출범을 준비하는 모든 신생항공사들은 극구 “우리는 저가항공사가 아니다”라며 저가항공사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했다.

때문에 LCC의 우리말 해석은 온데 간데 없고, 각 사마다 나름대로의 작명을 통해 저가항공사가 아니기를 원했다. 에어부산이 ‘지역항공사’라 했다면 제주항공은 ‘제3의 정기항공사’, 진에어는 ‘실용항공사’, 이스타항공은 ‘국민항공사’ 식이었다.

올해로 부산항공과 부산국제항공으로 설립된 지 17년, 아시아나항공 직영의 에어부산으로 탈바꿈해 취항한 지 16년이 되었다. 성년이 임박한 에어부산은 지금 큰 변화의 갈림길에 서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거점항공사’로 불리기를 원한다. 지난 달에는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통해 가덕신공항의 ‘거점항공사’로 추진하기 위한 부산시민운동본부까지 출범했다. 20여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되었다는 이 단체의 정확한 명칭은 ‘에어부산 분리매각·가덕신공항 거점항공사 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이다. 줄여서 ‘시민운동본부’는 정부와 산업은행을 상대로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지역사회는 이어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를 위한 정부기관 방문, 1만명 시민궐기대회 등 조직적인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올 2월로 예정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EU 경쟁당국의 조건부 승인 발표가 나면 부산상공회의소도 산업은행을 직접 방문해 결단을 촉구할 것이라 한다.

이 같은 행동들은 에어부산을 절대 내어줄 수 없다는 뜻이다. 지역사회 주장의 이면에는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것’이 아닌 ’아시아나항공에게 잠시 맡겨 둔 우리가 실제 주인’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국가이고, 에어부산은 주식회사이자 상장회사인데도….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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