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97)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2세대 항공사_에어부산 ④

2024-01-31 05:57: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2월27일자로 직영하게 된 에어부산의 취항일정을 기존의 2009년 6월에서 무려 8개월이나 당긴 2008년 10월로 수정했다. 이는 대한항공 자회사 에어코리아(현 진에어)가 2008년 7월 취항한다는 발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졌다. 에어부산은 8개월 안에 취항까지 마쳐야 하는 초스피드한 일정을 수립한 후 발걸음을 재촉했다.

4월중에 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는 한편 객실승무원 등 150명 규모의 신규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정비사 등 전문인력은 아시아나항공에서 지원받는 체제로 갔다. 이에 따라 항공기 정비는 에어부산 본사가 있는 김해공항에만 자체 정비센터를 운영하고, 제주공항과 김포공항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정비지원을 받기로 했다.

에어부산은 "저가 개념의 항공사가 아니라 기존항공사의 풀서비스캐리어(Full Service Carrier) 개념을 지닌 부산지역에 기반을 둔 제3민항으로 출범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에어부산을 저가항공사보다는 지역항공사로 불러달라"며 ‘값싼 항공’에서 오는 서비스나 안전성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적극 차단했다.

부산시의회는 2008년 4월25일 부산시가 에어부산에 24억6천만원을 출자키로 한 자본출자계획안을 처리했다. 부산시의 출자로 475억4000만원이었던 에어부산의 자본금은 500억원으로 늘었다. 이로써 국내 최대 규모의 가장 탄탄한 지역항공사가 출범했다.

‘지역항공사(Regional Carrier)’를 표방한 에어부산의 취항일정은 2008년 4월30일 확정 발표됐다. 에어부산은 이날 "2008년 10월27일 부산 김해공항과 김포공항 간 국내선 취항을 시작으로 운항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항공기 3대를 임대형식으로 우선 확보하고, 아시아나항공의 발권 전산시스템을 활용해 8월 중순부터 부산~김포 노선의 예약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 신청은 계획보다 한 달 늦은 5월13일 접수했다. 이날 에어부산의 국토해양부 신청서에는 부산~김포 노선에 1일 9회, 부산~제주 노선에 1일 5회 운항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항공기는 B737-500 3대, B737-400 2대 등 총 5대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이미 포화상태였던 다수의 부정기항공운송사업자 외에 당시 정기항공운송사업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3개사였지만 에어부산과 에어코리아까지 면허를 취득하면 모두 5개사로 늘게 돼 우리나라 항공업계는 제1차 K-LCC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에어부산은 6월2일 CI(기업이미지)를 확정 발표했다. 이날 선보인 CI는 바다물결과 하나가 돼 힘차게 날아오르는 갈매기의 역동적인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또 그동안 사용해온 부산시 부산진구 범천동 소재 부산상공회의소 건물에 위치한 임시사무실을 본사로 리뉴얼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에어부산의 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는 신청한지 채 한 달도 안된 6월11일 발급됐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김해공항에서 하루 왕복 9회 운항 중이던 부산~김포 노선 운항을 에어부산 취항일인 2008년 10월27일부터 중단하고, 12월부터는 부산~제주 노선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9월22일부터 에어부산 직원들과 함께 발권 및 탑승 수속 등 국내선 합동업무에 들어가면서 국내선청사 사무실을 통째로 에어부산에 넘기고 국제선청사로 이전했다.

에어부산의 취항 초 운임은 부산~김포 노선이 주중 5만2400원, 주말 6만4000원으로 책정됐으며, 부산~제주 노선은 주중 5만700원, 주말 6만1600원(이상 유류할증료 제외)으로 정했다. 에어부산은 또 타사와의 차별화 차원에서 기업체 우대프로그램과 함께 인터넷 연중할인 제도를 도입해 2008년말까지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발권시 주중 10%, 주말 5% 할인율을 제공했다.

2008년 10월8일 김해공항에서 에어부산 관계자들과 허남식 부산시장, 신정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과 15개 주주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1호기인 B737-500 항공기와 함께 객실승무원 유니폼을 처음 공개했다. 항공기는 127석 규모로 동체 겉면에 바다물결과 어우러져 힘차게 날갯짓하는 갈매기를 형상화한 이미지를 그렸고, 동체에 쓰인 색상은 부산의 바다와 하늘을 표현하는 ‘네이비블루’, 젊음을 강조하는 ‘라이트블루’,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뜻하는 ‘화이트펄’로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에어부산은 FSC 개념의 지역항공사를 표방하며 LCC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따르지 않았다. 기내에서 커피와 신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인터넷을 통한 좌석배정과 70세 이상의 노약자와 유·소아 동반여성, 장애인에게는 좌석을 우선배정하는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특히 지역상공계가 힘을 모아 설립한 지역항공사답게 기업체 임직원들에게 최대 15%까지 할인혜택을 주는 기업우대프로그램을 처음 도입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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