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95)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2세대 항공사_에어부산 ②

2024-01-17 05:59: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1세대 K-LCC들이 본격 취항하고 1~2년이 지난 2007년 초가 되자 우리나라 항공업계는 가히 제1차 K-LCC 춘추전국시대라 불리는 신규 항공사 설립붐이 전국 각지에서 펼쳐졌다. 부산국제항공은 그 중 하나였지만 타 지역항공사와 사뭇 다르게 가장 탄탄했다. 그 이유는 지역 상공계가 주축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전국 어디에서도 지역 상공계가 나선 곳은 없었다. 부산지역이 유일했다.

이례적으로 지역 상공계가 힘을 모아 설립한 부산국제항공은 항공사 운용을 위한 자본금 계획부터 차원이 달랐다. 당시 신규 항공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500억원으로 정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신규 항공사 설립을 추진했다. 그리고 K-LCC 1세대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정기항공사로 등록한 제주항공의 모델을 따랐다. 이를 위해 정기항공사 면허취득을 위한 조건인 200억원의 설립자본금부터 모으고, 나머지 300억원은 취항 전까지 추가 증자키로 했다.

2007년 9월6일 공식 출범이후 약 60억원의 초기 자본금으로 출발한 부산국제항공은 불과 3개월여 후인 12월17일 대규모 증자에 성공했다. 유상증자 1차 납입기한까지 초기자본금으로 각각 5억원씩 출자한 기존주주 부산롯데호텔, 세운철강, 윈스틸, 동일종합건설, 비스코, 넥센, 태웅, 삼한종합건설, 메리츠보험 등 총 13개사 가운데 세운철강, 윈스틸, 넥센 등 11개사가 15억원씩 출자해 165억원을 만들고, 부산은행 10억원, 이엔케이 5억원에 이어 부산일보가 5억원을 신규 납입하면서 총 185억원의 증자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자본금은 정기항공사 면허신청에 필요한 2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245억원으로 늘어났다.

실탄을 넉넉히 확보한 부산국제항공은 해를 넘긴 2008년 초부터 실제 운영할 주체를 찾아 나섰다. 지역에 연고가 있는 대한항공은 이미 자회사를 통한 K-LCC 설립이 추진중이어서 아시아나항공을 대안으로 삼았다. 2008년 1월21일 신정택(세운철강 회장)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자 부산국제항공 초대 대표이사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방문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산국제항공 주주참여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사실 당시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역시 조만간 K-LCC 시장 진입을 유력하게 전망하고 있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한성항공과 제주항공의 출범때마다 “우리나라는 LCC가 필요 없다”며 시장 자체를 부정했지만, 대한항공의 발빠른 K-LCC 시장 참여 선언에 아시아나항공이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이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보다는 중국·일본·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있던 상황에서 당장 2008년부터 제주항공이 중국과 일본 노선에 국제선을 띄울 예정이어서 쫓기는 입장이었다. 이에 더해 대한항공도 에어코리아(현 진에어)를 앞세워 근거리 국제선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았다. 제주항공과 에어코리아가 노리는 모든 국제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의 주력 노선들이었다.

때문에 부산국제항공의 제안을 아시아나항공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최강의 자본금으로 만들어진 데다가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에서 전폭적으로 미는 항공사를 설립해두고 이를 아시아나항공에서 가져가달라고 요청하는 환상적인 제안이었다. 준비된 회사의 탄탄함과 예비승객 확보라는 차원에서만 따지면 K-LCC 1~2세대 항공사를 통틀어 최상의 조건이었다.

부산국제항공의 제안을 받은 지 불과 한달도 안된 2008년 2월14일 부산시청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강주안 아시아나항공 대표, 신정택 부산국제항공 대표, 허남식 부산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시-부산국제항공-아시아나항공 3자간 투자협약서 조인식이 열렸다. 이날 협약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은 230억원을 출자해 지분에 참여하고, 부산국제항공은 기존주주 증자를 통해 현재 245억원인 자본금을 5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증자가 완료되면 부산국제항공 자본금의 46%가량을 확보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K-LCC 시장에 뛰어 들었다. 아시아나항공은 투자협약서 조인식 직후 회사명을 ‘에어부산주식회사'로 변경하고, 후속조치를 빠르게 진행해 조만간 취항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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