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2008년 줄도산 악몽 재현 우려

최형호 기자 2023-12-28 12:04:29
시공능력 16위인 중견건설사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을 신청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 3조2000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린 것이 발목을 잡았다.
시공능력 16위인 중견건설사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을 신청했다./사진=연합뉴스

금융권 추산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순수 부동산 PF 잔액은 3조2000억원이며 이달까지 만기인 PF 보증채무는 3956억원이다. 분양이 진행되지 않거나 미착공 혹은 사업철수를 진행 중으로 차환이 필요한 PF 우발채무는 1조2500억원에 달한다. 

태영건설의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 부채비율은 478.7%이다. 이는 시공 능력 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부채 비율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건설업계는 초긴장 모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떠오르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건설업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벌어진 건설사 줄도산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PF 부실 문제로 지난 2008년 말부터 2011년까지 시공능력 100위권 이내 업체 가운데 30%가량이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PF 부실 문제는 비단 건설사뿐만 아니라 부동산 신탁사, 금융권 등에 폭넓게 걸쳐 있어 연쇄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실제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건설사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18조원) 대비 29% 늘어났다. 한기평이 유효등급을 부여한 21개 건설사의 우발채무를 집계한 결과다. 

중견·중소 건설사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건설업체 중 929곳(41.6%)이 잠재적 부실 건설기업으로 분류됐다. 올해만 366곳이 폐업하고, 19곳이 부도난 것도 이런 연유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선 PF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이 건설시장 과도기가 될 것"이라며 "빚을 갚지 못해 쓰러지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전국 사업장에선 옥석 가리기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정부나 금융권이 현장별로 옥석을 가려 우량 사업장은 대출 부담을 낮춰주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중소중견 건설사 줄도산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확전체 PF 사업장별 분양과 공정 현황, 공사비 확보 현황 등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금융기관 등은 PF사업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 위기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당국에서 원칙에 따라 리스크를 잘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은행에 채권단협의회 구성을 통보한다. 채권단의 75%가 동의하면 워크아웃이 시작된다. 이후 채권단과 태영건설은 기업개선 계획을 세워 기업 정상화 절차에 돌입한다.

태영건설 측은 "하루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워크아웃 절차를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더욱 건실한 기업으로 탈바꿈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태영건설로 거듭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1980년대 말 1기 신도시 조성 사업 등을 통해 성장하며 1990년 국내 첫 민간 방송 사업권까지 따내는 발판이 된 회사다. 태영건설은 SBS를 소유한 태영그룹의 모태 기업이다.

최형호 기자 rhyma@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