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대한불교 천태종 부산 '삼광사'에 무슨 일이...

① '반전' 맞은 부산 '해영사' 고소전
고진현 기자 2023-12-19 11:36:49
고소·고발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법적 절차가 된지 오래다.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각종 고소·고발이 난무한다. 불교 천태종의 대표적 사찰인 부산 삼광사에서도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스마트에프엔은 삼광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법적 공방을 심층 취재해 연속보도한다. <편집자 주> 

천태종은 1097년 숙종 2년 대각국사 의천에 의해 개창종 됐다. 당시 천태종은 개성 국청사를 총본산으로 오대산 수암사, 조연사, 안락산, 마리산, 남숭산 등 전국에 6대 본산을 둘 정도로 성세를 이어갔다. 

의천 이후 천태종은 교웅, 덕소, 승지 등 수많은 제자를 배출했지만 종세는 점차 기울어져 갔다. 

천태종은 최근에 와서 단양 구인사를 중심으로 크게 종풍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945년 상월원각이 소백산 연화지에 궁니사의 터를 닦은 이래 크게 대가람을 이룬 것이다.

천태종은 1973년 부산 삼광사를 창건했다. 삼광사라는 절 이름에는 부처님께서 중생들에게 비추는 자비(慈悲), 지혜(知慧), 백호(白毫)의 세 가지 빛이 도량에 가득 차서 무명을 밝히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

신도 40만명에 이르는 대한불교천태종의 대표사찰이자 부산 굴지의 사찰인 삼광사는 애국불교·생활불교·대중불교를 실천 수행하는 도심 속의 관음 기도 수행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또 천태종의 전통을 고스란히 계승, 철저히 신도 중심의 운영을 하고 있기로 유명하다.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삼광사 전경.                         /사진=삼광사 갤러리

◆삼광사 전 주지 세운스님을 둘러싼 의혹

삼광사에서 공사를 발주해 창건된 부산 해영사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반전의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초 전 주지인 세운스님은 전직 신도회 부회장 최주덕(71)씨를 상대로 사기·배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 혐의의 고소전을 펼쳤으나, 전부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최씨는 세운스님을 상대로 무고 등의 혐의로 반소를 제기했다.

현재 세운스님에 대한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러나 향후 전개 방향에 따라 공수가 뒤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현 천태종 종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세운스님. 그는 삼광사를 떠났지만, 논란과 의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리고 해영사 사건은 세운스님이 삼광사에서 벌였던 일들의 한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해영사, 2016년 발주해 2019년 완공…무슨 일 있었나?

부산 해운대구 좌동에 위치한 해영사는 천태종의 부산지역 5번째 사찰로 지난 2019년 5월 완공됐다. 세운스님은 완공 당시 삼광사 주지였다. 2017년 무원스님의 후임으로 삼광사에 왔다.

세운스님이 삼광사에 온 2017년부터 해영사가 건립된 2019년까지 몇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주목할 대목은 세운스님이 해영사의 시공 건설업체인 K사에 공사비용으로 지급했으나, 부가세를 줄이기 위해 K사에 지급한 현금 7억5000만원을 돌려달라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는 사실이다. 2018년의 일이다.

공사 발주자인 삼광사는 무언스님 주지 당시였던 2016년 5월 K사와 52억5000만원의 건설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금액은 같은해 10월 설계 변경 등의 요인에 의해 49억2000만원으로 3억3000만원 감액됐다.

문제의 발단은 최초 계약 당시 ‘특약사항’으로 체결한 7억5000만원 ‘무자료 처리’ 조항이다. 계약서에는 '부가세 절감 방안'으로 해당 금액을 무자료 처리할 것과 시공사는 삼광사가 지정하는 사찰내 공사를 해 줘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운스님이 등장해 K사를 상대로 7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세운스님은 압박과 함께 신도회 최 부회장이 별도로 5억50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을 확인하라고 K사에 요구했다. K사는 “7억5000만원을 돌려줄 수 없다”면서도 “최씨가 5억5000만원을 받아간 것은 사실”이라는 내용의 답신을 보냈다. 

◆‘무혐의’ 사건 혐의 바꿔가며 재차 고소…“세운스님 죄 물을 길 열렸다”

세운스님이 신도회 부회장 최씨를 상대로 사기 혐의의 고소를 제기한 배경에는 이처럼 삼광사가 K업체에 지불했으나 돌려받지 못한 금액이 있으며, 그 중 최씨에게 부정하게 흘러 들어갔다는 주장이 깔려 있다.

그러나 사정 당국은 수차례에 걸쳐 최주덕 부회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2019년 6월 부산 남부경찰서가 사기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같은 해 7월 검찰은 무혐의 결정했다. 이에 세운 스님이 항고했으나 2020년 2월 법원은 재정신청을 기각했다. 이어 2020년 11월 K업체의 김 아무개 대표가 최씨를 상대로 고소한 사기 혐의 사건 역시 불송치 결정에 이어 2021년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세운스님의 최씨를 향한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금년 3월 천태종 본산인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최씨를 향해 신도회에서 제적한다고 공표했고, 세운스님의 후임 삼광사 주지인 영제스님은 같은 사건에 대해 혐의만 배임으로 바꿔 최씨를 다시 고소했으나, 이 역시 무혐의로 결론 났다.

최씨는 기자와 만나 “영제스님이 세운스님의 죄를 물은 기회를 열어줬다”고 밝혔다. 2021년 세운스님은 삼광사를 떠났지만, 후임 주지스님이 최씨를 다시 고소하면서 오히려 세운스님의 잘못을 법적으로 따져볼 기회가 생겨났다는 얘기다.

최씨는 세운스님에 대해 무고 혐의, K업체 대표 김씨 등을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제적 처분에 대해서도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사건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해영사 다툼은 빙산의 일각”…삼광사 의혹, 심층의 비리 폭로되나

해영사 사건에서 공수가 반전될 조짐이 보이는 이유는 ‘명예훼손’ 수사와 관련된다. 혐의의 특성상 경찰은 세운스님과 최씨의 증언 중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사실관계를 따지고 파고들게 돼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삼광사 한 보살(여성신도)은 지난 13일 부산에서 기자와 만나 “김영주(법명:세운)와 그의 타락한 세력들이 잘못된 '본질'을 감추기 위해 계획적으로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려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사기 및 배임 혐의의 배경이 되는 공사비 5억5000만원, 삼광사가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7억5000만원 등과 관련한 다툼 등은 삼광사를 둘러싼 더 큰 의혹을 감추기 위해 동원된 일종의 위장 전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고진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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