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최대 변압기 제조업체 ‘HD현대일렉트릭’ 직접 가보니

HD현대일렉트릭 홀로서기 5년…변압기 시장 ‘돌풍의 핵’
변압기 공장 케파 증설 통해 오는 2030년 매출 5조원 달성 목표
미래 먹거리 해상풍력 등 신성장 동력 사업 강공 드라이브
신종모 기자 2023-11-09 15:37:50
HD현대의 전력기기 및 에너지솔루션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은 새로 취임한 조석 사장을 필두로 철저한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과 전사적 경영혁신활동(H-DNA) 추진을 통해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조 사장의 리더십으로 기존 매출 중심의 외형적 성장 전략을 과감히 버리고 충분한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프로젝트는 과감히 포기해 적자 수주의 부담을 줄여나갔다. 

HD현대일렉트릭은 수익성 위주의 수주전략을 채택하고 내부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위기상황 속에 과감히 진행한 생산 시설 투자가 늘어난 시장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안정적인 수주 물량과 증대된 매출 실적을 바탕으로 2020년부터 흑자로 돌아선 후 지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019년 미국 알라바마 변압기 생산공장 증설을 완료하고 2020년에는 울산에 500킬로볼트(kV) 변압기 스마트 공장을 준공하는 등 적자 상황 속에서도 변압기 공장에 대한 투자를 통해 시설을 확충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적자 속에서도 투자를 지속한 HD현대일렉트릭의 결단력이 돋보인다. 

현재의 HD현대일렉트릭을 있게 한 초고압 변압기 스마트 공장을 프레스 팸투어를 통해 둘러봤다.

지난 7일 방문한 울산광역시 동구 소재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은 규모가 크고 반도체회사 못지않은 깨끗함을 자랑했다.

이날 기자들을 태운 버스가 HD현대중공업 내 마련된 HD현대일렉트릭 스마트 공장에 멈춰 서자 위엄한 자태를 드러냈다. 화이트, 블루, 그레이, 그린 등의 컬러가 조화롭게 이룬 외관과 내부에는 최신 설비가 마련된 공장이다. 

HD현대일렉트릭 울산 사업장 전경. /사진=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스마트 공장은 기존 공장을 지난 2018년 철거하고 2020년 새롭게 완공했다. 

앞서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018년 급속도로 침체된 시장 환경과 경영위기 상황이 가중된 분위기 속에 약 800억원을 들여 스마트 공장을 짓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설비 증진, 공정 효율화를 통한 품질 강화만이 시장에서 더 이상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는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변압기 공장은  500kV 스마트 공장, 800kV 공장, 400kV 공장, 300kV 공장까지 총 4개 공장으로 구성돼있다.

이날 둘러본 500kV 스마트 공장의 레이아웃은 크게 총 4개의 베이(Bay)로 나뉘어져 있으며 생산 효율화를 위해 각 Bay별로 작업 특성에 맞춰 공정을 분리해 운영 중이다. 공장 내부에는 대규모 공조 설비를 구축하고 각 Bay 별로 이중도어와 간실을 적용해 변압기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온습도와 이물질 관리를 한층 강화했다. 

거대한 이중도어와 간실로 구성된 공장문을 통과 후 내부로 들어서면 압도적 규모를 자랑하는 ‘철심자동적층설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변압기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인 철심 조립에 쓰이는 특수 설비다. 마치 로봇팔 같은 핸들러(Handler) 0.23mm~0.3mm 두께의 얇은 전기강판을 길이, 형상대로 절단하고 도면에 맞춰 절단품을 켜켜이 쌓아 올려 원형 형태로 조립하는 적층 공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 중신 조립 현장. /사진=HD현대일렉트릭


적층이 완료된 철심 구조물은 스스로 바인딩 돼 크레인 없이 수직으로 세워진 후 다음 단계로의 이동을 준비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대용량 전력변압기의 철심 적층 전 공정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현한 해당 설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스마트 공장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에어쿠션(Air Cushion) 시스템과 무궤도 이송장치(Rail-less Car)다. 이들 장비는 주로 크레인과 중앙대차(Rail Car)를 사용해 무거운 자재와 제품을 운반하던 과거에 비해 생산 대기 시간이 71% 절감됐고 기존 크레인은 조립 작업에만 집중 사용함으로써 작업 능률이 증대됐다. 

공장 5층에 있는 통합관제센터에서는 IT시스템을 기반으로 설비와 공정 관리, 생산현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과거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생산 및 자재 관리를 ‘생산운영시스템(MES)’ 도입을 계기로 각 공정별 생산 현황과 품질검사 결과, 자재 운영현황 등 생산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 관리함으로써 생산 능률을 향상시켰다. 

특히 생산 기술자, 설계 담당자, 생산 관리자 등 모든 담당자가 생산 현장 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Kiosk)와 태블릿PC, 바코드 등을 이용해 동일 정보를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다. 공장 내 키오스크를 통해 이를 바로 연결해서 보니 불필요한 출력도 줄고 생산 담당자들이 정확한 설계 정보를 즉각 확인함으로써 공정대기 시간도 축소됐다.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 시험실 내 변압기. /사진=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공장 증설 추진…오는 2030년까지 매출 5조원 목표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지난 7일 울산 동구 현대일렉트릭 500kV 스마트 변압기 공장에서 기자간담회에서 “케파 증설에 따른 수익 효과와 변압기, 회전기 등 전력기기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오는 2030년쯤 5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계획이지만 내년에는 연결기준으로 3조원 이상의 매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및 유럽 변압기 시장 호황에 따른 변압기 수요 증가를 단기간 내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년까지 울산 변압기 공장과 미국 알라바마 법인의 변압기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울산 변압기 공장은 기존의 철심 공정 레이아웃 재배치를 통해 총조립 공간을 추가 확보하는 방법으로 공정 효율을 높인다. 철심 공정은 새로운 공장을 신축해 공정을 한 곳으로 통합 운영함으로써 생산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시설투자 금액은 총 272억원이며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병목 공정 해소 및 공정 효율화로 변압기 생산 능력이 확대되면 연간 매출 기준 1400억원의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알라바마 법인은 보관창고 및 야적장 신축을 통해 총조립 공간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투자 비용은 약 180억원이며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총조립 공정 부지 확보에 따라 알라바마 법인은 연간 800억원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일렉트릭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9% 증가했다.  매출도 6944억원으로 29.8% 늘었다. 

지난 2017년 독립법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10%대를 돌파하며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이어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전력기기 시장 호황이 본격화된 이후 수주한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며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전력 변압기가 북미와 중동 시장의 호조를 바탕으로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되며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3분기 수주는 6억7700만달러(약 9126억원)를 기록하며 양호한 수준을 이어갔다. 수주잔고는 39억6700만달러를 채워 전년 동기 대비 43.2% 증가했다. 이에 따라 3분기까지의 연간 누계 수주 금액은 27억 달러로 지난 7월 상향한 연간 수주 목표 금액인 31억8600만달러를 연말까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오른쪽)과 이철현  HD현대일렉트릭 전무가  QA 세션에서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사진=HD현대일렉트릭


해상풍력 등 신성장 동력 발굴 총력…미래 100년 고민할 것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은 해상풍력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유일한 HD현대 계열사다. 회사 측은 해상풍력 시장이 확대되면서 초고압 변압기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영기 부사장은 “가장 큰 시장 순으로 미국, 중동, 한국인데 최근 유럽, 오세아니아 등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향후에는 해상풍력이 반드시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해상풍력발전은 발전 단지를 하나 만드는데 한 5년 정도는 걸린다”며 “그 발전한 것을 가지고 전기를 수요처까지 공급하는 데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해상풍력사업이 발전 측면에만 포커싱이 돼 있기 때문에 해상풍력 관련 모든 사업이 조금씩 늦춰질 전망”이라며 “현재 수요처는 준비가 안 돼 있는데 공급은 이미 추진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HD현대일렉트릭은 현재 해상풍력 발전이나 해상변전소에 특화된 기자재들을 개발 중이다. 이외에도 해상풍력 디벨롭퍼인 유럽의 셈코 마리타임과 협력하는 등 해상풍력 로드맵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HD현대일렉트릭은 신사업 분야에서도 전기차 충전, 에너지저장장치(ESS), 탄소포집 등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우선 기존 사업은 변압기를 포함하는 전력기기 사업, 회전기 사업, 그리고 배전기기 사업, 신사업으로 나누고 있다. 이중 탄소포집은 회전기기와 관련이 있는데 탄소중립, 전기화의 영향이다.

김 부사장은 “이제는 엔진으로 구동되던 것을 모터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미국 수소, 탄소포집(CCUS) 시장에서 사업 포트포리오를 탄탄히 쌓아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모든 것들이 ‘전동화, 전기화’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본다”면서 “그런 면에서 이런 비즈니스는 지속해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석 HD현대일렉트릭 사장은 “미국 시장도 그렇고 중동 시장도 그래서 저희가 당분간은 조금 잘할 것 같다”면서 “앞으로 조금 새로운 산업 분야까지 해서 10년, 100년 더 갈 수 있게 어떻게 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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