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CP·ISP 의견 대립…"인터넷접속료면 돼" vs "망이용 대가 지불해야"

국회 과방위, 20일 '망 사용료 의무화' 공청회 개최
SKB·넷플릭스 측 출석 요청했지만 관련 협회·학계 등 진술인 참석
황성완 기자 2022-09-21 09:44:58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CI /사진=각사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CI /사진=각사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ISP) SK브로드밴드와 콘텐츠사업자(CP) 넷플릭스의 망사용료 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주최한 공청회에서 "망 설치와 이용 부담 문제 등을 두고 인터넷 접속료가 아닌 망 이용대가 요구는 부당하다"는 주장과 "정보통신망을 이용할 경우 그에 해당하는 비용료 지불해야 한다"는 의견 등 양측에선 각각 상반된 주장이 오갔다.

과방위는 지난 20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10시부터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7개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국회는 공청회 후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다시 과방위 법안소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본회의에 올릴 방침이다.

당초 과방위는 이번 공청회에 소송 등 직접 갈등을 벌이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측의 출석을 요청했지만, 양사는 직접 참여하는 대신 관련 협회와 학계 등을 통해 진술인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CP 측 진술을 맡은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CP들에 단순 인터넷 접속료가 아닌 망 이용 대가를 부과하는 것은 인터넷 원리에 비춰 부당하며 득보다 실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터넷은 모두가 데이터 전송을 하면 아무도 전송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상부상조 원리'에 따라 만들어져 모두가 모두에게 무제한 통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신체계"라며 "해외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비용은 생각지도 않고 조그만 국내 망을 지난다고 돈을 받겠다는 것은 망 사업자 독점의 폐해"라고 말했다.

반면, ISP 측 진술인으로 나선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면 그에 따른 요금을 지불하는 게 당연한 시장의 규칙이다"라며 "국내·국외 CP의 99%는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고 통신사, 최종 이용자, CP 간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우리나라 인터넷 생태계를 발전시켜 왔는데, 트래픽 대부분을 유발하는 일부 초대형 CP들이 이런 인터넷 거래 질서를 부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가천대 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는 "망 사용료 공방이 단순히 특정 ISP와 CP 간 이용료 다툼이 아닌 사회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데이터 기반, 사회·경제의 기반인 '망'을 구축, 관리, 운영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누가 될지 본질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공청회를 기점으로 국내 업계는 망 사용료 의무화 관련 법안 처리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방위가 정상 운영의 발을 떼고, 여야가 앞서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에 계류 중인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 중에는 김영식,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것도 있다.

통신업계는 이들 법안이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CP의 망 사용료 지불을 강제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CJ ENM,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매년 통신사에 700억~1000억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구글과 넷플릭스는 댓가를 지불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 ISP 업계로써 총대를 메고 지난 2020년 4월부터 CP인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관련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원고인 넷플릭스가 1심에서는 지난해 6월 패소했으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망 사용료 의무화 논란이 곧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다른 업계로 번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각종 주행 정보를 주고받는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과 영화, 음악 등을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 등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 송수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보통신망 부담이 커지면 통신사는 관련 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해 말 '망 중립성과 인터넷 트래픽 관리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망 중립성 원칙에서 자율주행차는 예외다. 하지만 문체위의 반대라는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문체위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30분에 망 사용료 의무화에 반대하는 ‘K-컨텐츠 산업과 바람직한 망이용 정책 방향 토론회’를 열고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망 사용료 법안이 사실상 미국 기업에 세금을 매겨 국내 통신사에 이득을 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미 정부가 보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 7월 동일한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황성필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계약체결의무를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계약체결 ‘여부’ 결정에 대한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고 그 위반을 금지행위 위반으로 규정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부가 계약체결을 강제하고, 정당한 대가가 얼마인지에 대해 정부가 심사·결정하며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계류 중인 법안들은 주로 CP가 ISP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내용뿐"이라며 "종국적으로 국민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공익적 차원의 인프라 개선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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