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이션 감축법안 시행…국내 자동차·배터리 ‘양날의 검’

현대차·기아, 전기차 세제혜택 제외…생산 차질·경쟁력 약화 우려
배터리업계, 북미 지역 생산 설비 보유…반사이익 기대
칩4 이어 인플레이션 감축법까지 미·중 관계 악화
신종모 기자 2022-08-18 10:21:5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지난 7일 미국 상원에서 통과하고 지난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시행이 본격화됐다. 이 법안은 미국 안에서 생산·조립된 전기차에만 세제지원을 한정하도록 해 한국 자동차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반면 배터리업계는 중국 경쟁사를 견제하고 북미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게 돼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 이 법안은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을 길들이기 위한 것으로 제정됐으나 실상은 한국까지 피해를 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8일 로이터 및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총 7400억달러(약 972조8700억원) 규모의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이번 법안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이른바 ‘더 나은 재건(BBK)’의 축소판이다. 주요 사항은 에너지 보안 및 기후 대응 투자, 최저 법인세율 15% 적용, 처방약 가격 개혁, 의료보험(ACA) 보조금 연장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체 예산의 86%가 에너지 보안과 기후 대응에 집행된다.

특히 기후 대응과 관련해 일정 요건을 갖춘 전기차에 한해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세부적으로 중고차는 최대 4000달러(약 524만원), 신차는 최대 7500달러(약 983만원)의 세액 공제를 해준다.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북미에서 차량을 조립해야 한다. 또 내년 1월부터는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해야 하는 등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자동차업계는 초비상에 걸렸다. 당장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올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라인인 아이오닉5와 EV6를 비롯해 코나EV, GV60, 니로EV 등을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 내 전기차 생산라인이 없는 현대 아이오닉5나 기아 EV6는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서 미국 에너지부는 이달 초 홈페이지를 통해 기준 북미지역에서 최종 조립되는 2022∼2023년식 전기차를 공개했다. 에너지부가 연말까지 수혜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제시한 전기차는 아우디, BMW, 포드, 크라이슬러, 루시드, 벤츠 등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총 21종이다. 하지만 한국업체 차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5나 EV6를 사려는 미국 소비자는 차량 세액 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최대 7500달러(약 987만원)를 비싸게 주고 사야한다”며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부터 2년간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며 동시에 신규 전기차 라인인 아이오닉6, EV9 등의 생산 차질도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는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며 “하지만 공장 완공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어 이 기간동안 세제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자칫 신규 전기차 경쟁력을 잃을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 사진=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업계, 중국 견제·경쟁력 강화…반사이익 기대

이번 법안 시행으로 국내 배터리업계는 중국 경쟁사를 견제하고 북미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내년부터 북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하거나 북미에서 조립이 완료된 전기차를 대상으로만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특히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CALT 등 중국산 배터리는 미국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돼 적잖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생산 시설을 갖춘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5년까지 총 540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SK온도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만 150GWh의 생산능력을 갖춘다. 아울러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북미 인디애나주에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업계는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 핵심광물 사용까지도 전기차 세액공제 예외 대상으로 두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중국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원소재 공급망 다변화 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재 미국은 중국과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 중인데 중국을 제외한 한국, 일본, 대만 정부 등에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참여를 제안하면서 갈등은 극에 달한 상태”라며 “설상가상으로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이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중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