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삼성전자·SK하이닉스, 글로벌 신뢰도·공급망 입지 흔들

K-반도체 글로벌 시장서 경쟁력 약화 우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 타격
반도체특별법 계류…투자세액공제 특례 연장도 불투명
신종모 기자 2024-12-06 11:25:04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의 정치적 불안으로 글로벌 신뢰도와 공급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아울러 반도체 산업 발전에 필요한 주요 법안들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새벽 국회 본청에 진입한 군 병력이 국민의힘 당대표실쪽에서 본회의장 으로 진입하려 하자,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정계와 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탄핵 정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여러 리스크를 안기고 있으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신뢰성과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지속된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피해는 미미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위기가 될 수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과 고객들이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불안정성이 지속되면 미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대만이나 일본 같은 경쟁국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이에 동참해야 할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추가적인 투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중국에 HBM 일부를 수출하고 이번 통제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생산량이 미국 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어 당장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외에도 경제적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과 환율 급등은 기업의 수익성과 글로벌 경영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결국 HBM에 집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 장기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HBM3E 8단과 12단 모두 퀄테스트(품질 검증)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패키징 기술을 활용한 종합적 솔루션 제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차세대 HBM 개발에서 장기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패키징 기술 강화를 통해 삼성전자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팀을 확장하며 TSMC와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연내 퀄테스트를 통과하게 되면 HBM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하고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집중하면서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필수적인 HBM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IT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통해 주요 고객사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면서 HBM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5세대 HBM3E 8단을 납품했다. HBM3E 12단 제품의 경우 올해 4분기 중 출하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최대 용량인 48기가바이트(GB)가 구현된 HBM3E 16단 개발도 처음 공식화했다. 오는 2026년 공급 예정이었던 HBM4 12단 제품은 엔비디아 요청에 따라 개발 일정을 앞당겨 내년 하반기까지 양산 공급할 계획이다. 

탄핵 정국 영향 반도체특별법 등 논의 자체 불가 

국민의힘이 지난달 11일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포함된 ‘반도체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반도체특별법에는 보조금 지원 근거와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이 포함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정 지원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보조금’ 지원에는 안색을 표하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탄핵 정국으로 인해 논의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세액공제 특례 연장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시설투자비와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특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다. 연장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탄핵 정국으로 인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국이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반도체 업계가 정치적 불확실성에서 해소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법안들이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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