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기만 '슈링크플레이션' 사실이었다...1년 새 37개 상품

홍선혜 기자 2023-12-13 15:53:32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꼼수 인상'을 의미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가운데, 최근 1년간 9개 품목 37개 상품의 용량이 실제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한국소비자원이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언급된 상품에 대한 슈링크플레이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우선 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종합포털사이트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 209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2022년 12월∼2023년 11월) 사이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바프'(HBAF)의 허니버터아몬드 등 견과류 16개 제품, CJ제일제당의 백설 그릴 비엔나(2개 묶음 상품),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 20매 상품과 15매 상품 등의 용량이 적게는 7.7%에서 많게는 12.5%까지 줄었다.

이 가운데 바프의 경우 허니버터아몬드 등의 용량 변경 사실을 자사몰을 통해 고지했다. 정부가 지난달 설치한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통해 지난 8일까지 접수된 53개 상품 중에선 9개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몬덜리즈 인터내셔널의 호올스 7개 상품과 가정배달용 제품인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 2개 상품의 용량이 10.0∼17.9% 줄었다.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의 경우 자사몰을 통해 용량 변경 내용을 안내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슈링크플레이션이 언급된 제품 10개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실시했는데, 올해 용량을 줄인 제품은 9개였다. 동원에프앤비의 양반 참기름김·들기름김, 해태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8캔 묶음), CJ제일제당의 숯불향 바베큐바, 풀무원의 올바른 핫도그 등 핫도그 4종의 용량이 1.3∼20.0% 줄었다.

소비자원은 다만 일부 제조사가 용량 변경은 인정하면서도 포장재나 레시피가 변경된 리뉴얼 상품이라고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백설 그릴 비엔나 소시지(2개 묶음)를 640g에서 560g으로 줄이면서 가격도 9480원에서 8890원으로 내리면서 10g당 가격은 약 8% 인상됐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정부는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 결과 및 정보 제공 방안'을 발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변칙적인 가격 인상이 근절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별다른 고지 없이 제품 용량 등을 변경하는 편법적인 가격 인상,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우선 제품 포장지에 용량 변경 사실 표기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단위가격 표시 의무 품목을 확대하고, 온라인 매장에도 단위가격 표시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소비자 알 권리 확대에 중점을 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생필품 용량·가격·성분 변경 사항을 포장지, 홈페이지 등에 고지하지 않을 경우 '사업자 부당행위'로 판단키로 했다.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 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을 통해 이를 어긴 기업은 제품당 과태료 최대 3000만원을 부과하게 된다.

정부는 고시 개정까지 3, 4개월 걸리는 점을 고려해 제품 용량·가격 변경 시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유도하는 '자율협약'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형마트 등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시하는 단위가격 표시의무 품목을 현재 84개에서 더 늘리고, 온라인에서도 같은 제도를 적용할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최대한 신속히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이행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비자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마련하고 꼼수 인상 제품 등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또 연내에 대형마트, 백화점 등 주요 유통사와 모니터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내년부터는 식품과 생필품 용량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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