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방송3법' 국회 본회의 통과… 야당 단독 처리

'노란봉투법'으로 불려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방송3법 개정안이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조합 및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및 사장 선출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현행 9명(MBC·EBS) 또는 11명(KBS)에서 각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등 외부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은 재석의원 174인 중 찬성 173인, 기권 1인으로 통과됐다.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재석의원 176인 중 찬성 176인,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재석의원 175인 중 찬성 175인, 한국교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재석의원 176인 중 찬성 176인으로 통과됐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들 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권의 단독 처리에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앞서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장기간 계류되자 본회의로 직회부했다.

법안 처리에 반대해온 국민의힘은 당초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준비했다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반발하면서 계획을 취소했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국민의힘이 예정대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면 본회의가 이튿날까지 진행되는 만큼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표결에 나설 수 있다. 반대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면 본회의는 이날 예정에 맞춰 종료되고, 72시간 이내에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이상 탄핵소추안은 자동 폐기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라는 소수당의 반대토론 기회마저도 국무위원 탄핵에 활용하겠다는 정말 악의적, 정치적 의도를 묵과할 수 없다"며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가 열리도록 국회의장을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탄핵안이 72시간 이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본회의 개최를 요청할 생각"이라며 "의원총회 직후 의장 면담을 통해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앞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해당 법안을 다시 의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홍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며 "정부여당이 열린자세로 임해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란봉투법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밖에 없다”면서 “부디 우리 기업들이 이땅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건의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내기업들의 투자뿐만 아니라, 해외기업들의 직접투자에도 큰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6단체는 오는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란봉투법'을 규탄하고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조정훈 국회의원이 이끄는 시대전환과의 흡수 합당 절차를 완료했다. 시대전환의 현역의원은 조 의원 한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 의석은 112석이 됐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