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에 갑질한 브로드컴 자진시정안 기각

공정위 "브로드컴, 피해 보상 적절치 않아"
브로드컴, 심의 과정서 '피해보상 확대' 공정위 제안 거부
황성완 기자 2023-06-13 17:35:33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삼성전자에 갑질한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자진시정안)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심의를 거쳐 해당 사건의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재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지난 7일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 본사인 브로드컴 인코퍼레이티드와 브로드컴 코퍼레이션, 아바고 테크놀로지스 인터내셔널 세일즈 프라이빗 리미티드와 한국지사인 아바고테크놀로지스코리아의 거래상 지위 남용 건과 관련한 최종 동의의결안을 기각했다.

동의의결제도는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소비자 또는 거래상대방 피해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은 구매 주문 승인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활용해 삼성전자가 와이파이·블루투스 등 스마트폰 부품을 3년간 연간 7억6000만달러 이상 자사로부터 구매하는 장기계약(LTA)을 맺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지난해 1월 조사를 마치고 심사보고서를 상정했으나, 작년 7월 브로드컴의 신청에 따라 같은 해 8월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 이후 브로드컴이 공정위 심사관과 협의해 최종 동의의결안을 마련했으나 지난 7일 전원회의에서 위원들이 이를 기각하기로 한 것이다.

동의의결안에는 반도체·정보기술(IT) 분야 중소 사업자 지원을 위해 200억원 규모의 상생 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지만,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기존 구매 제품에 대해 3년간 품질보증·기술지원을 제공하고 삼성전자의 부품 주문·기술 지원 요청에 유사한 상황의 거래 상대방 수준으로 응한다는 내용만 포함됐다.

공정위는 "동의의결안에 담긴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기술지원 확대 등은 그 내용·정도에 있어 피해보상으로 적절하지 않고 유일한 거래 상대방인 삼성전자도 시정방안에 대해 수긍하고 있지 않다"며 "동의의결 인용 요건인 거래 질서 회복이나 다른 사업자 보호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동의의결안의 시정 방안이 개시 결정 당시 평가했던 브로드컴의 개선·보완 의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측 대리인은 지난 7일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이 강요한 LTA로 인해 삼성전자가 2억8754만달러(약 3653억원)의 추가 비용과 3876만달러(492억원) 상당의 과잉 재고를 떠안았다며, 동의의결안에 금전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 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의의결 기각으로 이번 사건은 심의를 거쳐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사건 처리 절차가 재개되게 됐다. 공정위는 조속히 전원회의를 열어 브로드컴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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