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백현마이스 명단유출 의혹 '일파만파'…성남시에 필요한 건 '공정성'

최형호 기자 2023-06-07 10:40:11
[스마트에프엔=최형호 기자] "백현마이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의혹과 관련, 문제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 절차에 따라 최종 선정됐다."

성남시가 분당 백현지구에 2조7000억원대 '백현마이스'를 조성하는 도시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심사과정에서 예비 평가위원 명단이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내놓은 입장문이다. 
성남시청 전경./사진=성남시 

하지만 성남시 측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발견 못했는지 ▲의혹이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점이 공정했고, 투명했는지를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의혹을 제기한 한화컨소시엄은 물론,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 성남시 여야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사전명단 유출 관련 검찰 수사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만 조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석연찮은 이번 선정 논란을 두고 파장만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애초 성남시는 이번 심사에 있어 석연찮은 평가위원 선정방식을 택해 논란을 자초했다. 통상  민간사업자 공모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심의위원을 공개 모집하고, 자격 검증을 완료한 뒤 검증된 지원자 전체 명단에서 평가 당일에 무작위로 뽑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성남시는 '10배수 명단' 선정 방법을 택했다. 이 방식은 주최 측이 평가위원을 임의로 압축할 수 있는 등 업체 선정에 있어 불공정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도시공사), GH(경기도시공사) 등 기관들 또한 민간사업자 선정에 대한 공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10배수 명단 선정방식을 택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성남시는 평가위원 지원자 자격 검증을 당일 시행했고, 명단유출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도 평가위원 선정을 무리하게 강행했다. 시와 공사는 지난달 22일 사업계획서를 제출받고 3일 뒤인 25일,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성남시가 이번 선정방식에 있어 문제점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과는 전혀 배치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런 석연찮은 과정들로 인해 한화컨소시엄이 "예비 평가위원 명단이 특정업체(메리츠증권 컨소시엄)측에 사전 유출됐다"며 수사 의뢰를 요구하는 빌미가 됐다.

특정업체 선정에 있어 로비 등 유착 의혹이 제기되면 심사를 중단하고 사실여부를 조사하거나, 일정이 늦어지더라도 평가위원 지원자를 재모집해 진행하는 게 일반적인 대처방법이다.

그러나 성남시는 예비후보군 중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17명의 평가위원을 참여시켜 심사 평가를 진행했다. 159명의 심사위원을 제외하면 특정분야 평가위원은 자격자가 1명도 없게 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해명까지 곁들이면서 말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특정분야는 '유출된 명단에 포함된 사람이 반드시 평가위원일 때' 업체를 선정할 수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비난을 성남시가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특정 업체에 유출됐다는 의혹을 받는 명단으로 선정업체 평가를 하는 기관은 세상 어느 곳도 없기 때문이다. 

백현마이스 개발은 성남시가 신분당선 유치, 교통문제 해결 등 지역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사업이다. 여기에 판교를 비롯한 성남시에 입지한 기업들의 경쟁력 또한 높아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중요한 사업임에도, 성남시는 또다시 특정 민간사업자와 유착해 가장 중요하게 관리해야 할 심의위원 명단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수준 이하'의 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제라도 공정한 수사를 통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제2의 대장동 사태'라는 오명보다는 최소한의 '공정함'이 성남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져야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최형호 기자 rhyma@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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