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주의 문화인사이드] "당신, 죽으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거 같나요?"

뮤지컬 ‘신과 함께’를 통해 본 삶과 죽음의 참 뜻
2023-05-25 06:00:03
‘무대에서 피어오르는 향과 객석을 채우고 있는 향내가 망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있는 듯, 이제 현세를 지나, 보이지 않은 사후 세계의 여정에 문을 두드리게 한다.’

창작 가무극 <신과함께_지옥편>은 2015년 전석 매진 초연 이후 2017년과 2018년에도 흥행을 기록하고 5년 만인 지난달,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은 2017년과 2018년 판타지 액션 영화로도 제작됐다. ‘신과 함께-죄와 벌’이 관객 1,400만, 속편 ‘신과 함께-인과 연’이 관객 1,200만을 동원하며 ‘쌍천만’의 흥행을 기록했다. 언뜻 영화의 영향을 받았을 것도 같지만, 뮤지컬은 영화와는 또 다른 무대의 현장감과 감동을 전한다. 

창작 가무극 <신과함께_지옥편>

작품은 저승문에 도착한 망자들이 각자의 변호사를 만나 49일 동안 7개의 지옥 관문을 통과하는 이야기다. 망자들이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재판이 진행되는데, 이승에서 망자들의 생각, 말, 행동 등으로 인해 지은 죄에 대해 논하고 인간으로서 삶을 낭비 없이 올바르게 살았는지 평가한다. 

원작 캐릭터를 무대에 옮겨놓은 듯 충실한 싱크로율과 무대 예술의 상상력을 더해 참신하게 그렸다. 윤회 사상과 사필귀정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원형 무대, 무대 전체를 스크린으로 사용한 입체적인 영상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이승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저승 거리의 편의점 죽었CU, 커피숍 죽었디야커피, HELLBUCKS, 사진관 저승네컷, 만병약국, 다죽소 등 웃음을 자아내는 간판들은 현대화 된 시대 반영으로 친근함마저 부추긴다.

이승과 저승, 천국과 지옥의 플롯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존재해 온 이야기다. 각 시대별로 기존 가치관과 사회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와 인간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가치와 윤리적 규범도 사람들에게 내제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권선징악 스토리가 관객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현대 사회는 언어폭력이나 흉악 범죄, 높은 자살률 등의 윤리적 기준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런 다양한 문제들은 법률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고 있으나, 인간의 모든 감정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을 모두 심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작품이 대중들의 눈길을 끈 이유는 인간의 윤리와 삶의 진정한 목적을 놓고 진지하게 성찰하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어기고 어긋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비록 법률적으로 모두 단죄 받지 않더라도 사후 세계의 재판을 통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작품은 인간이 그 본성 상 ‘선(善)’이라는 의식이 깊이 자리 잡고 있으나, 어떠한 사회적 이유에서인지 올바르게 표명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사후 세계와 환생을 통해 현대사회와 그 사회를 살고 있는 인간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 재판이 끝나면 지옥문, 아귀문, 축생문, 아수라문, 인간문, 천상문. 이 여섯 개의 문 앞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작품은 변호사 진기한과 망자 김자홍의 대사를 통해 관객의 마음에 파문을 던진다. 당신, 정말 이대로 살아도 되겠냐고.

“지옥문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문이고, 아귀문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곳이죠. 축생문으로 들어가면 짐승으로 태어나는 거고요. 그 뿐인가요. 아수라문으로 들어가면 귀신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세상이죠. 인간문은 말 그대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고요.” 

마지막 대사가 쏟아지는 동안 관객들은 모두 숨을 죽인다. 객석에는 서늘한 기운만 감돌 뿐.

“다시 태어난다고요? 네, 인간은 천상문에 들어갈 때까지 윤회하니까요. 천상문은 눈처럼 새하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답니다.”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삶을 한 번 되돌아보자.

글. 조현주 박사(문화콘텐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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