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웨스트항공은 1971년 ‘주내(州內)항공사’로 운항을 시작했고, 텍사스주 지역 내를 운항하는 지역항공사의 위치에 있었다. 이후 미국정부의 항공자유화 정책에 따라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주간(州間)항공사’가 될 수 있었다. 즉, 지역항공사에게도 주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완전경쟁체제의 자유취항이 허용된 것이다. 그동안 댈러스, 샌안토니오, 휴스턴 등 3개 도시만을 운항하던 텍사스 주내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텍사스주 바로 오른편에 붙어있는 멕시코만의 루이지애나주 최대 도시 뉴올리언스에 휴스턴과 댈러스에서 취항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휴스턴~뉴올리언스, 댈러스~뉴올리언스 등 2개 노선 취항계획을 주정부 항공당국에 신청했다.
그러자 댈러스-포트워스공항으로 가지 않고 기존에 이용하던 러브필드공항에 남겠다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을 고소해서 연방 대법원까지 5년 간의 법정싸움을 주도했던 댈러스시, 포트워스시, 댈러스-포트워스공항공단이 강력하게 반대했다. 게다가 포트워스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미 하원 다수당 원내총무였던 짐 라이트 의원이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뉴올리언스 취항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주정부 항공당국 입장에서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주간(州間) 취항이 연방정부의 항공자유화정책에 따라 적법했기에 허가를 내주었고,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979년 9월 댈러스~뉴올리언스 노선에 취항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취항이후 8년 만에 지역항공사를 벗어난 첫 주외(州外) 노선이었다.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짐 라이트 의원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을 괘씸하게 여겼고, 이에 별도의 법을 새로 만들어 방해했다. 짐 라이트 의원은 ‘댈러스 러브필드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주간 노선에 취항하지 못한다’는 이상하고 편파적인 법안을 상정했다. 러브필드공항은 사우스웨스트항공만 이용하고 있었으므로 다른 모든 항공사는 허용되고 사우스웨스트항공만 불허한다는 변칙적인 법안이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상원에 호소했다. 하원 다수당 원내총무였던 짐 라이트 의원의 법안을 막기 위해서는 상원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워싱턴의 로비스트까지 동원해 상원을 대상으로 줄기차게 호소와 로비를 병행했다. 상원의 도움을 받은 법안은 일부 수정되었다. 이른바 ‘러브공항 타협안’이라 명명된 ‘라이트 수정안’이 통과됐다. 이 안은 당초 러브필드공항에서는 무조건 주외 취항이 안된다고 되어 있던 것을 일부 수정해서 러브필드공항에서는 텍사스 인근의 4개주(루이지애나, 아칸소, 오클라호마, 뉴멕시코)의 주간 취항은 허용되지만 그 외의 주는 경유비행이나 직접비행을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항공자유화라는 큰 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졸속입법이 성사된 것이다. 어찌 보면 미국의 수백개 항공사 가운데 유독 사우스웨스트항공에게만 텍사스 인근의 4개 주만 운항할 수 있고 그 외 어떤 주도 금지한다는 불공정 법안이었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를 극복해 냈고 오히려 기회로 되돌렸다. 극복방안은 간단했다. 본사가 있는 텍사스주 댈러스시 러브필드공항이 아닌 다른 공항에서 즉, 라이트 수정안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항에서 비행기를 띄우는 방식이었다. 즉 러브필드공항 외의 공항을 이용하면 미국내 어디든지 취항이 가능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인근 4개 주를 벗어나 취항지역을 쉼 없이 넓혀 나갔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을 비롯한 라이언에어와 에어아시아의 국제선 취항은 지정학적인 이유로 그다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우 굳이 국제선을 취항하지 않더라도 미국내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국내선 만으로도 미국 항공사 가운데 최다수송객수를 기록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미국은 전 세계 국가 중 국토면적 기준으로 3번째로 넓고, 인구도 3번째로 많다. 그만큼 국토와 인구 면에서 국내선 만으로도 항공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라이언에어의 시장인 유럽은 각 국가별 면적은 작지만 유럽대륙 전체를 단일 항공시장으로 봐야 하는 만큼 주변국가로 이동하는 항공여행시장은 상대적으로 무궁무진하다. 에어아시아 역시 동남아시아 항공시장 전체를 단일권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대부분의 국가가 섬으로 이루어졌거나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지역 특성으로 인해 항공시장 확대에서는 매우 유리한 지정학적인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우리나라 항공시장의 확대여력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불리한 구조이다. 한반도 자체가 워낙 좁은 국토면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동서남북 중 남쪽으로 밖에 하늘길이 열려 있지 않다. 우선 북쪽은 비행금지구역에 해당한다. 또한 한반도 동쪽에는 일본밖에 없다. 항공시장 확대를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려면 일본 너머에도 항공수요가 있는 나라가 더 있어야 좋았다. 더욱이 한반도 서쪽의 중국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지만 유독 항공자유화가 100%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합의한 항공자유화지역은 고작 산둥반도와 하이난섬 지역에 국한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항공사의 영역은 동쪽은 일본밖에 없고, 서쪽은 중국이 항공자유화를 100% 실현하지 않고 있고, 북쪽은 비행하지 못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근거리 국제선 확대는 오로지 남쪽으로 가는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인 불리함을 안고 있다.
이 와중에 K-LCC의 선두주자 제주항공의 국제선 취항을 향한 도전의 역사는 사뭇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주외(州外)노선 취항 도전 못지 않은 꽤 긴 역사와 상당한 불공정이 존재했다. 그리고 K-LCC의 국제선 취항 추진과정은 항공사(史)에 길이 남을 흑역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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