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에 발목…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하반기로 미뤄지나
2023-04-04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한화그룹이 이달 주요 국가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가운데 최종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애초 한화는 상반기 중으로 대우조선 인수를 마무리 짓고 함정 수주를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정위의 승인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2월 튀르키예로부터 처음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이후 영국,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유럽(EU) 등까지 모든 승인 절차를 마무리했다. 앞으로 공정위 승인만 남겨두고 있다.
공정위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한화의 대우조선 주식취득 건에 대해 이해관계자와 관계기관 의견청취 등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화 측은 HD현대가 공정위에 한화의 대우조선 기업결합에 대해 수차례 이의를 제기해 기업승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HD현대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지난달까지 총 4차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는 5월 8000억원 규모의 충남급 호위함 5·6번함, 올해 하반기 1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KSS-III Batch-II) 3번함, 한국형 차기 구축함 등의 수주가 예정돼 있다”며 “현재 HD현대가 수주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한화와 대우조선 기업결합이 승인되면 수주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가 마무리되면 함정 수주에서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면서 “HD현대가 함정 수주전에 불리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인수 절차를 늦추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HD현대 관계자는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해 방해 공작을 펼친다거나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이어 “공정위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구하는 절차가 있는데 방산 분야에도 의견을 물어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이지 특정 기업이 의견을 냈다고 해서 기업결합 절차를 발목 잡을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도 힘을 보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에 앞서 특수선 분야 공정경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잠수함과 함정을 만들 수 있는 곳은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등 4개 회사뿐인데 방산 분야 독점적 지위를 가진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슈퍼 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한화를 상대로 한 잠수함이나 함정 등 특수선 경쟁입찰에서 이들 회사는 매우 불리한 조건임이 틀림없다”면서 “특수선 분야 노동자들 고용안정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는 불공정 행위가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법적으로 공정한 기업 거래가 가능하도록 안전장치 마련해야 한다”며 “공정위가 기업결합 승인 과정에 '조건부 승인' 절차를 밟아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은 그동안 대형 구축함을 건조하는 등 수상함의 최강자로 군림했으나 최근 매각 실패 등 경영 악화를 겪으면서 수주 경쟁력이 악화된 상태다. 특히 군함 등 수주 경쟁에서도 HD현대에 밀려나기도 했다. 현재 HD현대가 군함 수주 경쟁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조만간 경쟁사에 대한 차별 금지와 이를 담보하기 위한 외부 통제 장치 마련을 전제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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