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홈런볼·포카칩·초코파이...'옛날 과자' 이기는 신제품 없다

제과업계, 소비자들 신제품보다 기성제품 선호 이유는?
홍선혜 기자 2022-08-23 10:48:17
[스마트에프엔=홍선혜 기자] 제과 업계에서는 매년 신제품 과자를 출시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고전 제품, 즉 옛날 과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완전한 신제품 개발 보다는 계절별 식품 트렌드에 맞춰 기존 제품에 새로운 맛을 추가하는 시즌 상품으로 출시하는 등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 제과업계의 매출 추이를 보면 신제품 보다는 기존에 판매했던 기성 제품들이 매출을 견인하고 있으며 롯데, 농심, 오리온, 크라운해태 등 유명 회사의 종합 통계치에서도 신제품보다는 기성 제품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제과업계 역시 연구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신제품 출시 보다 고전 제품에 집중하는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제품 연구개발 비용 외에도, 판매 매대에 진열 할 수 있는 상품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신제품 보다는 기존에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고 있던 고전 제품 위주의 판매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과자. 1위 새우깡, 2위 홈런볼, 3위, 포카칩, 4위 꼬깔콘(2021년 합산매출 기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과자. 1위 새우깡, 2위 홈런볼, 3위, 포카칩, 4위 꼬깔콘(2021년 합산매출 기준)
23일 FIS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제과업계의 2021년 총 합산 매출은 농심 새우깡이 470억 7800만원으로 국내 과자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으로 집계됐다. 상위 10개의 제품 중 2위는 해태 홈런볼 407억 7600만원, 3위는 오리온 포카칩 384억 7100만원 순이다. 그 뒤로 롯데 꼬깔콘, 오리온 꼬북칩, 해태 맛동산, 농심캘로그 프링글스, 오리온 오징어땅콩, 롯데 카스타드, 해태 에이스 등이 뒤를 이었다.

톱10 중 그나마 신제품인 과자는 2017년 출시한 오리온 꼬북칩이며 나머지는 전부 기성 제품들이 차지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꼬북칩을 출시하기 위해 8년 동안 2000번 이상의 테스트를 걸쳐왔다”며 “그래도 오리온 제과의 매출을 꾸준히 유지해주는 상품은 포카칩과 초코파이”라고 전했다. 실제 1974년에 출시한 오리온 초코파이의 2021년 매출은 433억 300만원으로 초코케이크류 매출 부분 1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신제품 보다는 기존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소비심리에 대해 롯데제과 관계자는 "과자는 어렸을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자도 하나의 추억이기 때문에 과자를 보면서 어릴 때 기억을 떠올리듯 소비자들 역시 신상품 보단 어렸을 때부터 먹었던 익숙한 맛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신제품 보다는 기성 제품 과자의 매출이 높아서 제과 쪽은 소비심리가 다소 보수적인 편이라고 업계는 설명했다.

롯데제과는 앞서 코로나시대 건강 관리에 관심이 높아지는 고객층의 소비 트렌드에 따라 지난해 6월 고단백 어포스낵 꾸잉칩을 선보인 바 있다. 꾸잉칩 역시 신제품이기는 하나, 기존에 있던 롯데의 오잉 스낵 맛을 어포칩에 콜라보 한 제품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우리가 몸에 익숙한 것을 선호하듯이 소비자들도 신상품보단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크라운해태가 신규 출시한 신제품 오트하임 /사진=크라운해태
크라운해태가 신규 출시한 신제품 오트하임 /사진=크라운해태
크라운해태의 경우도 고객들이 고전 제품을 선호하는 성향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신제품 출시에만 집중하지 않고, 계절마다 유행하는 컨셉트에 맞춰 기존 제품에서 조금씩 변형해 출시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크라운해태 관계자는 "완전 새로운 형태의 제품보다는 봄에는 딸기맛 오예스, 슈퍼푸드 유행시기에는 오트하임을 출시하는 등 트렌드에 맞추어 기존 제품에서 새로운 맛을 추가하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이 지난 2018년 2년만에 재출시해 누적 판매량 200만개를 기록한 태양의 맛 썬/사진=오리온
오리온이 지난 2018년 2년만에 재출시해 누적 판매량 200만개를 기록한 태양의 맛 썬/사진=오리온
오히려 신제품 보다는 재출시 제품들이 제과업계의 효자 상품이라는 입장도 있다. 일부 제품은 향수 마케팅에 힘입어 기존 제품을 앞서는 인기를 끌기도 한다.

오리온은 태양의 맛 썬을 단종한지 2년 만에 재출시하며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개를 기록했다. 썬은 지난 2016년 공장 화재로 생산이 불가피 하게 중단됐으나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재출시 요청에 힘입어 2018년 4월 다시 출시됐다.

단종 제품의 재출시는 새로운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 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것 뿐만 아니라 친근함과 추억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스테디셀러 제품이 더 인기가 많다"며 "제과의 경우, 소비자들이 기존에 먹었던 제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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