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 도심 속 혁신 버티컬 농업, 블루오션 될까

온도·습도·빛 통제로 생산성 극대화...‘땅값’ ‘최신설비’ 투자에 주춤
임지혜 기자 2019-10-18 14:46:08
현대 농업은 전통적인 방식을 넘어서 6차 산업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농업은 식량 안보, 환경보전, 생물다양성 보전 등 다원적 기능이라는 공공재 역할을 수행하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지난 20년 동안은 층층이 쌓은 재배틀에 흙 없이 물과 저에너지 LED조명으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버티컬 농업(vertical farming)’ 수경재배법이 발전했다. 하지만, 막대한 설치 비용이나 고도의 기술적 요인을 필요로 해 활성화에 어려움이 크다. 일찍이 유럽에서는 도심 농경 프로젝트를 진행해, 누구나 손쉽게 채소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농경을 독려하는 추세다.

사진=Aerofarm
사진=Aerofarm

1999년 미국 콜롬비아대 교수인 딕슨 데스포미어는 식량난과 농경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처음 수직농업(Vertical Farming) 개념을 창안했다. 데스포미어 교수는 수직농장을 통해 시민 5만 명에게 안정적이고 값싼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고, 좁은 면적의 땅 위에 고층건물을 세워 농장으로 쓰면서 토지활용도를 높여 농경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수직 농업은 도심에 고층건물을 짓고 각층에 농장을 만들어 수경재배가 가능한 농작물을 재배하는 일종의 아파트형 농장을 말하며, 식물 공장이라고도 부른다.

고층건물 농장인 수직농장에서는 수경재배방식으로 다양한 농작물을 기를 수 있고, 태양과 바람 등 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하여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설계되며, 건물 안에서 재배되는 만큼 온도·습도·빛·농업용수 등 농사에 영향을주는 모든 조건을 통제하면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해 빌딩 내부에는 흙이 없다. 대신 모든 농작물은 물과 수용성
영양분의 배양액을 활용한 수경재배로 키워진다.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 산출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버티컬 농장은 소비자인 도시민들의 거주공간에 위치해 있어 소비시장까지의 운송비 부담이 적고 운송 과정의 공해 배출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사실 농작물과 가축을 기르고 운송할 때 생기는 공해물질, 가축이 뿜어내는 메탄가스 등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나 된다. 마천루농장은 식량난을 해소하면서 엄청난 양의 지구온난화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농경법인 셈이다.

실제로 교수의 이상적인 설계를 실현한 미국 에어로팜(Aero Farms)은 2015년 12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농장을 미국 뉴저지주 뉴왁시(Newark)에 건설했다. 이는 3층 건물 높이에 6,400㎡(약 2,000평)로, 10m 높이의 건물 실내에 7~8단으로 설치된 재배대에서 잎채소가 자라고 있다.

에어로팜은 완전히 통제된 실내 환경에서 태양이나 토양없이 자라며, 수확주기 단축, 예측 가능한 결과, 우수한 식품 안전성 및 환경 영향 감소를 위해 특허를 획득 한 호기성 재배 시스템을 최적화했다.
LED 조명을 사용하여 각 플랜트에 대한 특정 조명 레시피를 작성하여 그린에 가장 에너지 효율적인 방식으로 광합성에 필요한 스펙트럼, 강도 및 주파수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엔지니어링 된 조명을 통해 크기, 모양, 질감, 색상, 풍미 및 영양을 매우 정밀하게 제어한다. 그 결과, 무려 30배 이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곳 식물 과학자들은 수확 할 때마다 130,000 개 이상의 데이터 포인트를 모니터링한다. 그들은 예측 분석을 사용하여 지속적으로 우수하고 일관된 결과를 생성하는 성장 시스템을 검토, 테스트 및 개선하고 있습니다. 원격 모니터링 및 제어를 통해 기존 농업과 관련된 일반적인 위험을 최소화하는 게 가능하다. 특히 실내 해충들의 정상적인 수명주기를 방해하도록 설계돼있다.

사진=Aerofarm
사진=Aerofarm


버티컬 농업은 분명한 도심 속 혁신이자 미래 농업의 대안책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시설지원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지 못한다면 영원한 블루오션으로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성 확보는 버티컬 농장의 최대 난제다. 버티컬 농장의 건설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이 모든 첨단 시설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설비 및 유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도심의 비싼 땅에서 비싼 농장 건축물을 세워야하며, 부지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건설비용만 최소 2억~5억달러로 추정된다. 반면, 생산물은 값싼 농산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기술적인 어려움도 버티컬 농장의 과제다. 식물 공장을 관리할 때 중요한 것은 오염을 막는 것이다. 외부에서 들어올 수 있는 바이러스 침투를 차단하기 위해 만약 작은 부분이라도 오염된다면 공장 전체의 식물 재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국내에서도 수시로 멸균작업과 클린룸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간 까다로운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문제로 몇 년 전부터 유럽에서는 정책적으로 ‘창가 농경(window farming)’ 또는 ‘지하 농경(underground farming)’으로 불리는 다양한 형태의 ‘도심 농경(urban farming)’ 프로젝트를 대도시 환경 속에서 실험해 직업적인 농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식용 채소를 자급자족하여 식량을 스스로 재배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농경 붐을 독려하는 추세다.



임지혜 기자 lhjihj90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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