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대표이사 전격 사퇴..."CEO 경영 공백 현실화"

국민연금 앞세운 여당의 압박…윤 사장 사퇴 영향
KT "조기 경영안전화에 최선 다할 것"...31일 예정대로 주총 진행
황성완 기자 2023-03-27 14:27:21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포기에 이어 차기 대표 후보로 선출된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마저도 사퇴함에 따라 '최고경영자(CEO) 경영 공백'이 현실화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윤경림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앞서, 윤 사장은 지난 22일 KT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자는 "내가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국민연금을 앞세운 현 정권과 여당(국민의힘)의 잇따른 사퇴 압박이 결정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앞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을 포함한 권성동·김영식·윤두현·하영제·허은아·홍석준 의원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윤 후보를 언급하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구현모 대표의 뒤를 잇는 아바타 역할로 윤경림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KT 광화문 사옥

윤경림 후보마저 사퇴함에 따라 KT는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당장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대표이사 후보가 없기 때문에 국내 대표 통신업계의 CEO 자리가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 하게 됐다. 소유분산기업,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인 KT는 민영화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표가 교체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31일 열리는 KT 이사회에서도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선임 안건 역시 모두 폐기됐다. KT는 대표이사 후보자 사퇴 및 정관에 따른 사내이사 후보 추천 무효로 주총 제1호, 제4-1호, 제4-2호, 제7호 의안을 폐기한다. 제1호 의안은 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건, 제4-1호와 제4-2호 의안은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과 송경민 KT SAT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건, 제7호 의안은 경영계약서 승인의 건이다. 제1호와 제7호 의안은 윤 사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하면서 폐기됐다. 사내이사 선임 관련 안건 2개는 KT 정관이 대표이사가 최종 선임되지 못할 경우 대표 후보자의 사내이사 후보 추천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자동 폐기됐다.

안건이 폐기되면서 이들 의안에 대한 주총 찬반투표 역시 모두 무효처리될 예정이다. KT는 앞서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고문이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된 지 이틀 만인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해당 안건을 페기하고 관련 찬반투표를 무효처리한 바 있다.

이들 안건이 모두 폐기되면서 이번 KT 주총에서는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 및 재무제표 승인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 등만 다뤄질 예정이다.

한편, 대표이사 후보 사퇴는 이사회 결제나 승인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KT는 윤 후보의 사퇴 관련해 정기 주주 총회 의안에서 제외한다고 공시하는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태스크포스(TF)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도 자동 폐기된다.

KT 이사진은 오는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윤 후보 사퇴에 따른 사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31일 열리는 주총 이후 누가 대표이사 직무 대리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직무 대리는 직제상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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