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27)K-LCC에 대한 각종 소문, 그 오해와 진실 ⑥7. LCC라서 탑승동이 멀거나 버스로 이동한다?

김효정 기자 2023-01-25 12:54:59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저비용항공사라 타는 곳도 머네?”

K-LCC 승객이 인천공항에서 셔틀트레인을 타고 탑승동으로 이동하면서 나오는 말이다. 사실 이 탑승동에는 K-LCC뿐만 아니라 일부 외국계 FSC와 LCC가 배정되어 있다. 반대로 인천공항에서 출입국심사를 마치고 바로 들어서게 되는 제1여객터미널에도 K-LCC와 FSC가 모두 배정되어 있다. 즉 FSC냐 LCC냐에 따라 주기장이 배정된 것이 아니라 인천공항에서 정한 내부규정에 따른다.

동남아 일부 공항이나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 LCC 전용터미널에서는 출발장을 나온 승객들이 직접 걸어서 비행기에 탑승하거나 내린 후 걸어서 도착장으로 들어오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장면이다. LCC가 비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로 간사이공항에서 운영하는 방식과 같이 장비의 도움 없이 비행기를 타고 내리게 하지만 K-LCC가 취항하는 우리나라 공항 중 이 같은 방식을 운영하는 곳은 없다.

LCC라 탑승하는 곳이 멀어지는 것은 LCC 자의에 의해 LCC 전용터미널을 이용하거나 도심과 떨어진 공항을 이용하는 경우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비용절감을 이유로 공항측에서 LCC를 위한 전용터미널을 짓거나 LCC 스스로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다른 공항을 거점공항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 파리를 들 수 있다. 샤를드골공항(Charles De Gaulle Airport)이 우리가 알고 있는 파리의 관문이지만 유럽의 대표 LCC인 라이언에어는 파리에서 북쪽으로 85km 떨어진 보베티예공항(Beauvais-Tillé Airport)을 파리로 들어가는 거점공항으로 삼고 있다.

또 일본에서도 우리보다 LCC가 늦게 생겼지만 LCC를 위한 지원은 더 빠르게 진행되었다. 2016년 초 일본 국적 LCC인 바닐라에어와 피치항공, 제트스타재팬과 한국의 제주항공 만이 원가절감을 위해 2015년 문을 연 도쿄 나리타공항의 LCC 전용터미널인 제3터미널을 이용하게 했다. 이 터미널은 탑승교를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항공기까지 이동해 탑승했다.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소비자들은 다른 터미널보다 멀고 도보이동이 불편하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공항시설사용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승객 입장에서도 그만큼 항공운임이 낮아지는 가격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나리타공항의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은 공항시설사용료가 2610엔(한화 약 2만5000원)이었지만 LCC 전용터미널인 제3터미널을 이용하면 1070엔이 낮은 1540엔(한화 약 1만4800원)만 지불하면 되었다. 그리고 공항과 버스회사 등의 협력으로 1, 2터미널에서 도쿄 도심까지 이동하는 전철이나 리무진버스보다 저렴한 LCC 버스를 운행해 LCC 이용객의 편의를 높였다. 전철과 리무진버스는 약 2000엔(한화 약 1만9200원) 이상 들지만 LCC 버스는 사전예약하면 900엔(한화 약 87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LCC 이용객의 특성을 파악해 만든 특화상품이었다. 일본은 또 2012년 10월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LCC 전용터미널을 만들어 이 곳을 거점으로 하는 피치항공이 사용하도록 했으며, 이어 2015년 도쿄 나리타공항이 문을 연 데 이어 나고야 추부공항도 2017년에 에어아시아재팬을 위한 LCC 전용터미널 신축을 발표한 상황이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LCC를 위한 전용터미널이나 공항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직접 가격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월 규정에 의해 주기장이 정해지고 가격은 탑승교와 버스 이동이 동일하다 보니 차라리 승객 편의를 위해 탑승교를 배정받는 것이 실질적인 이득인 셈이다.

그래서 김포공항이나 제주공항에서 항공기를 타기 위해 K-LCC를 이용할 때 승객들끼리 나누는 대화 중에 “아~ 저비용항공이라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가 보네?”라는 말이 꼭 나왔다. 우리나라 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탑승구와 항공기가 직접 연결된 탑승교(Boarding Bridge)를 이용해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에만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LCC라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는 것이다. 김포공항이나 제주공항 등에서 버스를 타고 항공기가 주기되어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정리하면, K-LCC라서 버스로 이동하고 FSC라서 탑승교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항공사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맞다. 가장 큰 이유는 당시 해당 공항공사의 탑승교가 일시적으로 부족해서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어쩔 수 없이 종종 발생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동지역관리운영규정’에 따라 동계, 하계 스케줄 변경시 정기회의를 개최해 각 항공사에 주기장을 배정한다. 규정에 따르면 운항계획편수와 승객수송실적으로 탑승교 사용시간을 나누어 사용한다. 주기장은 도착 예정시간이 빠른 항공기를 우선 배정한다. 다만 도착 예정시간이 15분 이내의 동일시간대일 경우 대형항공기를 우선 배정한다고 규정한다. 즉, K-LCC이기 때문에 탑승교 이용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버스를 타고 항공기 또는 터미널로 이동할 때 여유를 갖고 공항을 한 번 둘러보면 K-LCC가 아닌 기존항공사의 항공기도 멀리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LCC들은 공항공사의 탑승교 배정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있었다. 탑승교 배정 결과를 보면 이용자들의 짐작이 정확하게 맞지도 않지만 아주 틀린 것도 아니었다. K-LCC가 탑승교를 이용하는 횟수가 기존항공사대비 현저히 적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국내선을 운항하는 항공기 중 대한항공의 B747 기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항공기가 200석 안팎의 비슷한 기종을 투입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배분결과가 ‘대형기 우선배정’ 규정에 따른 것인지 K-LCC 차별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결국 비행기를 탑승하거나 내릴 때 탑승교가 아닌 버스를 이용하게 되는 것은 항공편은 많아졌지만 현실적으로 탑승교가 부족하고, 그 시간대에 해당 항공사가 탑승교 배정을 받지 못한 것일 뿐 K-LCC였기 때문에 탑승교 이용을 못하고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현재는 김포공항 국내선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돼 임시편이나 지연도착편 등을 제외한 정시도착한 정기편의 경우 특별한 공항사정이 없는 한 모든 항공편에서 탑승교를 이용하고 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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