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26)K-LCC에 대한 각종 소문, 그 오해와 진실 ⑤LCC는 비용을 아끼려고 정비를 소홀하게 한다?

LCC는 비용을 아끼려고 정비를 소홀하게 한다?
김효정 기자 2023-01-21 06:52: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K-LCC에 대한 왜곡된 오해 가운데 유난히 정비 관련이 많았다. K-LCC는 해외에서 정비를 해 오기 때문에 위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오해 외에도 K-LCC들이 비용을 아끼려고 정비를 소홀하게 한다는 오해도 상당 기간 동안 K-LCC들을 힘들게 했다. 게다가 이 같은 왜곡된 소문이 가장 한창이던 2014년 당시에는 유독 항공기관련 사고가 많았다. 말레이시아항공의 인도양 상공 실종사고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의 미사일 격추, 타이완 푸싱(復興)항공 착륙사고와 알제리항공 추락 등 대형참사가 집중되며 항공안전에 관한 이용자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 같은 관심은 K-LCC로 옮겨져, ‘LCC니까 비용절감을 위해 안전관련 업무를 소홀하게 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항공기 정비는 항공사 임의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대부분의 항공기 정비는 법으로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그리고 기존항공사와 K-LCC에게 적용하는 기준과 법 적용은 동일하다. 오히려 K-LCC는 정부로부터 더 많은 요구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항공서비스의 핵심은 ‘안전하게 원하는 목적지까지 원하는 시간에 이동하는 것’이다. 가격이 저렴해도, 제시간에 이동할 수 있어도,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선택할 이유가 없다. 모든 항공사는 항공기 운항과 관련한 사실상 모든 것을 감독하고 관리하는 관계당국의 승인을 얻은 매뉴얼에 따라서만 시행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ICAO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관련법과 규칙 등을 정해 항공사의 안전성을 감독하고 지도한다. 항공기 정비는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으면 생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수만 가지의 항공기 부품을 종류별로 점검과 교환시기를 매뉴얼과 법으로 정해 놓고 이를 100%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강도 높은 정비는 제주항공의 경우 자사 정비본부에서 수행하며,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모회사의 도움을 받거나 그렇지 않은 항공사의 경우 직접 또는 전문정비업체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 같은 규정을 조금이라도 이행하지 않으면 감독기관인 정부는 항공사에 대해 회사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운항정지 등 각종 법적, 경제적 타격을 가한다. 정비비용을 조금 아끼겠다고 더 큰 손해를 감수할 항공사는 없다. 항공사고는 회사의 존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K-LCC들은 이구동성으로 "비용절감과 수익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한 번의 사고는 단순한 적자보다 회사에 더 치명적”이라며 “안전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이 철학이자 이념”이라고 말한다. 항공사의 안전도는 국가 차원의 평가척도이기도 하다. 항공안전과 관련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ICAO가 실시하는 국가별 항공안전평가에서 국제기준 이행률 98.89%로 항공안전 세계 1위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국제적으로 항공안전과 관련해 가장 안전한 국가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안전운항을 하려는 국적항공사들의 철저한 관리와 항공안전당국의 철저한 감독과 관리가 어우러져 이뤄낸 결과였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주요 항공안전 평가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 같은 평가의 기초에는 기존항공사 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국적의 모든 항공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즉, K-LCC를 모두 포함한 대한민국 모든 항공사의 안전관리가 체계적이고, 국제표준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LCC는 조종사가 고령이라서 상대적으로 위험하다?

K-LCC들이 취항을 준비하고 있던 2006년 초, 제주항공의 조종사가 60세 이상이 많아 위험하다는 뉴스가 처음 나왔다. 그리고 K-LCC는 조종사가 고령이라서 상대적으로 위험하다는 부정적 인식은 꽤 오랫동안 발목을 잡았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정년연장과 고령인구를 위한 일자리 창출이 최대 과제이다. 때문에 고령자 취업은 지금 우리 사회의 착한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불순한 의도로 K-LCC 조종사가 60세 이상의 고령이라 위험하다는 공격을 받곤 했다.

그렇다면 하늘을 나는 파일럿의 정년은 몇 살일까? 전 세계 항공업계의 정책과 질서를 총괄하기 위해 1947년 설립된 유엔전문기구인 ICAO는 2007년 조종사의 정년을 만 65세로 정했다. 유럽연합(EU)은 이보다 10년 앞선 199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국도 ICAO의 규정 변경에 따라 2007년 조종사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했고, 우리나라도 같은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K-LCC 조종사는 60세 이상이 많아 위험하다’는 논란이 촉발됐다. 그런데 막연히 60세 이상이라고만 하면 틀린 말이다. 60세 이상이라면 60대 후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K-LCC들은 논란의 시발점인 ‘60세 이상’이라는 표현부터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60세 이상’이라고 하면 68세나 69세 혹은 70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잠재적 불안감을 주려는 목적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60세 이상, 65세 이하’라는 전제를 깔아야 옳다. 우리나라에서 운송용 항공기 조종사 중 만 65세 이상은 없다. 우리나라 항공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항공진흥협회 발간 ‘포켓 항공현황’ 연령별 조종사 현황에서도 단순히 ‘만 60세 이상’으로 표현하는 등 잘못 해석할 여지를 주었다.

항공업계에서는 조종사의 나이보다는 해당 조종사의 건강관리가 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조종사들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매우 엄격한 관리와 법적 통제를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항공법 시행규칙에는 신체의 피로도 등을 감안 60세 이상 기장의 경우 6개월마다 신체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연 1회 이상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조종기술 등의 운항자격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매우 엄격하다. 이는 65세 미만의 현직조종사는 웬만한 젊은이보다 건강지수는 훨씬 젊다는 의미이다.

또 중요 변경사항이 있는 지역이나 노선, 공항을 운항하는 조종사를 대상으로 수시심사를 벌이는 등 조종사 자격과 관련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각 항공사별로 조종사의 피로관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30~40년을 하늘과 함께 하며 세계 구석구석에 대한 우리의 꿈을 이루게 해준 이들의 ‘노련함’이 ‘만 60세 이상’이라는 이유로 ‘위험함’으로 분류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2014년 6월27일 일본의 유력 일간지가 보도한 조종사의 정년연장 관련기사가 주목을 끌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국토교통성 발표를 인용해 만 64세인 자국 조종사의 정년을 1~2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만 60세였던 조종사의 정년을 1996년 62세로 연장했고, 2004년 만 64세로 늘린 후 10년 만에 다시 정년 연장을 검토했다. 항공수요 증가에 따른 숙련된 조종사 인력확보가 필요하고, 과거 정년 연장 이후 이들 60세 이상의 기장들로 인한 안전과 관련한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숙련된 조종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년을 연장하려는 움직임과 이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교차하는 상황이었다.

이어 2022년 미국에서는 조종사 부족으로 항공대란이 발생하자 의회에서 조종사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이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에는 조종사가 65세가 되면 반년마다 신체검사를 시행해 1급 의료 인증을 갱신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항공업계의 인력 부족을 고려해 정년을 2년 늘리되, 고령의 조종사가 신체 건강상 문제로 항공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점검체계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2007년 조종사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인 바 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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