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24)K-LCC에 대한 각종 소문, 그 오해와 진실 ③LCC라서 비행기가 작다?

김효정 기자 2023-01-14 06:19: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SNS에 올라오는 흔한 항공여행 후기 중 하나.

“LCC는 비행기가 작아서 많이 흔들렸어. 다음에는 큰 비행기를 타야지.”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항공사나 K-LCC나 국내선 동일노선의 경우 항공기의 크기는 거의 같다. 항공기는 좌석수 또는 하나의 복도가 있는 단일통로형(single-aisle)이냐 이중통로형(twin-aisle) 구조이냐에 따라 협동체(narrow body)와 광동체(wide body)로 나뉜다. 보통 협동체는 기체 폭의 지름이 3~4m 규모의 B737이나 A320 등의 항공기를 말하며, 광동체는 기체 폭의 지름이 5~6m가 되는 B747이나 A330 등의 항공기를 일컫는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등 K-LCC가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는 보잉사의 B737NG 또는 에어버스사의 A320으로 협동체 항공기이다. 좌석규모로는 200석 이하의 항공기들이다.

그렇다면 K-LCC가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는 기존항공사가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보다 작은 것일까? ‘LCC라서 비행기가 작다’는 소문과 오해가 극에 달했던 2014년 7월말로 돌아가 본다. 당시 기준으로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122대의 여객기 가운데 32% 수준인 39대는 B737NG이고, 아시아나항공이 운용 중인 여객기 73대 가운데 43%인 33대가 A320 또는 A321 등 K-LCC가 보유한 기종과 똑같은 이른바 협동체 항공기들이었다. B737NG나 A320, A321 등 이들 협동체 항공기는 중∙단거리용으로 기존항공사도 이 항공기들을 K-LCC가 운항 중인 노선에 투입했다.

다시 말해, K-LCC와 기존항공사가 경쟁하는 노선에는 대부분 같은 기종이 투입됐다. 물론 대한항공의 경우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중∙단거리 노선에도 B777이나 A330 등 광동체 항공기를 투입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종의 차이는 많지 않았다.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이 1주일간 운항하는 170편 가운데 94편은 대부분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K-LCC가 운용하는 B737NG, 아시아나항공은 171편 가운데 127편을 B737NG와 비슷한 크기로 에어부산에서도 운용하고 있는 A320이나 A321을 배정했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같은 크기의 비행기가 투입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K-LCC는 비행기가 작다는 편견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미루어 짐작건대, 2005년~2006년 K-LCC가 처음 선보일 당시에 운용했던 80석 미만의 프로펠러 항공기에 대한 잔상이 남아있었기 때문이거나, ‘LCC는 작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K-LCC의 첫 시작은 ‘프로펠러 비행기’라고 불리던 터보프롭 항공기였다. 한성항공이 2005년, 제주항공이 2006년 처음 취항할 때 프로펠러가 외부에 장착된 터보프롭기를 띄웠다. 각각 프랑스 ATR의 ‘ATR 72-200’과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Q400’ 기종이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보잉과 에어버스가 만든 180여석 이상의 제트기와 달리 K-LCC가 운항한 80석 미만의 터보프롭기는 ‘작아서 불안하다’는 이미지를 낳았다. 또 시각적으로도 낯설었다. 제트기와 달리 프로펠러가 외부에 드러나 있는 것 자체가 일반인에게는 퍽 생소하게 다가왔다. 프로펠러기는 조종사 기초훈련기, 군수송기 등에 사용될 정도로 검증받은 모델이지만, 소비자들은 안전성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기름값이 적게 들어 운항요금이 싼 강점이 있지만, 국내에 취항 후 작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해서 안전성에 대한 불신은 컸다.

국내 항공시장에서 안전성에 대한 편견을 이기지 못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프로펠러기는 자취를 감췄다. 한성항공은 경영난으로 파산하고, 제주항공은 2010년 기종 변경 계획에 따라 터보프롭기 Q400을 모두 매각하고 B737-800 기종으로 단일화했다.

LCC는 중정비를 자체적으로 하지 못한다?

기존항공사와 K-LCC를 망라한 모든 항공사는 항공기 운항과 관련한 사실상 모든 것을 감독하고 관리하는 항공당국의 승인을 얻은 매뉴얼에 따라서 시행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관련법과 규칙 등을 정해 항공사의 안전성을 감독하고 지도한다.

그래서 항공기는 정해진 비행주기 또는 비행시간마다 법으로 정해진 점검 또는 정비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또 항공기 정비는 운항정비와 공장정비로 분류하는데, 운항정비는 일선에서 시행하는 비행 전 점검과 비행 중간점검, 비행 후 점검 등으로 구분된다.

항공기는 일상적으로 운항 시작과 종료 후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 제작사의 운영기준과 각종 기기 상태가 일치하는지 등의 여부를 확인하는 일상적인 일일점검부터, 정해진 시간마다 진행해야 하는 A~D체크로 구분된다.

항공기 정비는 작업 수준과 강도에 따라 A∼D체크로 나뉘며, A체크가 항공기의 각종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점검하는 수준이라면, 우리가 흔히 ‘중정비’라 부르는 C체크부터는 점검의 강도가 높아져 오랜 운항으로 피로가 누적된 부분이 생겼을 가능성까지 체크하는 것이다. 즉, 깨지거나 손상된 부품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좌석부터 엔진까지 항공기 내·외부를 뜯어 살핀다. 항공기 출입문 쪽에 있는 비상 탈출 슬라이드는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상태를 점검하게 된다. 통상 7~14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K- LCC들은 모든 일상정비를 해외가 아닌 자체적인 정비사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모회사 또는 계열 정비업체에서 위탁정비를 통해 수행하고, 나머지 항공사는 두 가지 방법을 혼합한 방식이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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