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23)K-LCC에 대한 각종 소문, 그 오해와 진실 ②LCC는 항공기가 노후해서 불안하다?

김효정 기자 2023-01-11 14:15:4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K-LCC에 대한 각종 소문과 이에 따른 오해의 첫번째는 K-LCC는 항공기가 노후해서 불안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를 명쾌하게 해명하기 위해 전 세계 항공사와 기관 등이 보유한 항공기의 이력을 공개하는 플레인스포터스넷(planespotters.net)을 살펴봤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송용 항공기의 최근 시점 평균기령은 12.1년으로 나와 있다. 이는 일본의 일본항공(JAL) 10.7년, 전일본공수(ANA) 9.1년보다는 약간 높지만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 16.8년, 델타항공 14.7년, 사우스웨스트항공 12.4년보다는 낮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항공기 기령이 선진국 항공기와 비교해서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보유항공기 기령으로 항공안전의 기준을 삼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LCC는 우리나라 기존항공사보다 정말 항공기 기령이 노후되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대한항공 평균기령 11.7년, 아시아나항공 11.9년과 비교해서 K-LCC들은 10~13년으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각 항공사의 평균기령으로 항공기의 노후화를 지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숫자의 함정을 고려해야 한다. 즉, K-LCC들은 모든 항공기 전체가 20년 미만인 데 반해 기존항공사들은 기령 20년 이상의 항공기를 일부 보유하고 있었다. 평균으로 따지면 기존항공사의 보유항공기가 K-LCC에 비해 약간 젊어 보이지만 항공기 대수가 훨씬 많은 기존항공사의 평균이 이 정도면 평균을 뛰어넘는 오래된 항공기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탓이다.

항공기 기령과 안전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관심이 늘 있어 왔지만 사실은 특별한 차이점이 없는 항공사들의 ‘마케팅’일 뿐이다. 항공기는 국제법에 따라 성능 유지를 위해 수만 개의 부품을 제작사 등이 정한 사용주기에 맞춰 교환하고 수리하기 때문에 단순히 ‘기령’과 ‘안전성’은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정설이자 상식이다.

항공기 기령에 대한 불안이나 오해는 국토교통부가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조금 지난 2015년 5월 국토교통부는 8개 국적항공사와 ‘20년 초과 경년항공기 안전관리를 위한 자발적 이행 협약’을 체결했다. 항공기의 노후화 방지를 통해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연료효율 개선이 협약 체결의 배경이었다. ‘자발적 이행 협약’이라는 표현이 있어 규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으나 ‘노후화 방지를 통해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한다’는 문구는 우리 국민이 기령과 항공안전이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오해를 살 만했다.

게다가 국토교통부는 항공교통 이용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항공사 이용 전 선택에 도움이 되게 한다는 목적으로 2012년부터 매년 우리나라에 취항하는 국내외 항공사의 기령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2022년 4월11일 국토교통부는 국내에서 운항하는 항공운송사업자의 항공기 기령 정보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공개된 현황에 따르면 국내 항공기 10대 중 1대는 기령이 20년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2월 기준 11개 국적항공사가 보유한 항공기는 총 363대로 조사됐다. 이 중 기령이 20년을 초과한 항공기는 대한항공 25대, 아시아나항공 16대, 진에어 3대, 에어인천 3대 등 4개사의 총 47대였다. 기령 20년 초과 항공기는 2020년 대비 대한항공과 에어인천이 각각 3대와 2대가 늘어났고,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2대와 1대 줄었다.

2021년 우리나라 11개 국적항공사의 총 운항편수는 29만6039편이었으며, 이 중 기령 20년 초과 항공기의 운항편수는 2만2844편으로 10.9%를 차지했다. 또 국적기가 운항한 총 89개 도시 중 기령 20년 초과 항공기는 62개 도시를 운항했다. 주로 중국, 동남아, 미국 등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국토교통부는 기령 20년 초과 항공기를 어느 항공사가 몇 대 보유하고 있고, 1년 동안 몇 편을 운항했고, 어느 노선에 투입되었는지를 상세히 공개했다. 그러면서 "공개된 항공사별 안전도 정보가 국민들이 항공교통 이용 때 안전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항공안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전적 예방정비를 통해 안전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항공기의 기령이 높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비전문가적 발상이 항공당국의 이 같은 정보 공개로 인해 오히려 뒷받침이 된 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국토교통상식’에는 “항공기 사용연한이 정해져 있지 않는 이유는 항공기에 사용되는 모든 부품을 주기적으로 정비하여 사용한계가 있는 부품을 교환하거나 상태가 나빠지는 부분은 수리하여 항공기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므로 아무리 오래된 항공기라 할지라도 정비가 잘 수행된 항공기는 안전한 성능에는 문제가 없으므로 계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항공기 기령과 사고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학술적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2014년 10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R. 존 한스만(R. John Hansman) 교수가 발표한 논문 ‘항공기 기령이 항공안전에 미치는 영향 분석(Analysis of Impact of Aircraft Age on Safety for Air Transport Jet Airplanes)’에 따르면 1959년부터 2012년까지 사상자가 발생한 전체 항공기 사고 중 기령이 20년 이상 된 항공기는 18%를 차지했으며, 오히려 8년 이하의 항공기가 47%를 차지했다. 또 20년 이상 된 항공기 사고 중 상세내역을 살펴보면 그 마저도 화재가 7.7%를 차지했으며, 이들 사고 중에는 격납고에서 일어난 화재나 강한 외부충격을 받아 생긴 사고 등도 포함되었다.

국가별, 지역별 항공사고 발생원인에도 차이가 있었다. 20년 이상 된 항공기 중 직접적인 기체결함으로 사고가 난 확률은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이 미주, 유럽 등을 포함한 전 세계 평균보다 낮았다.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일어난 사고 역시 승무원의 훈련 미숙이나 철저하지 못한 규제 등 다른 위험요소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이 논문의 핵심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어느 나라에서도 항공안전을 위해 항공기 기령을 말하는 나라는 없다. 또한 기령을 규제하지도 않는다. 대신 이들 나라에서는 노후항공기가 안정적인 운항을 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운항주기와 운항시간 등의 누계로 항공기를 관리해 기계 자체의 구조적인 특징상 일어날 수 있는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도 항공안전을 위해 항공기 정비부터 승무원의 훈련 등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기 기령을 항공안전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 중 하나로 삼는 것은 대조적이다.

평균기령이 한국 국적사보다 높다고 해서 미국 국적사들이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없듯 항공기 기령을 항공안전 척도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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