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22)K-LCC에 대한 각종 소문, 그 오해와 진실 ①

김효정 기자 2023-01-07 07:03: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K-LCC 운항 10년차였던 2014년에 처음으로 연간 시장점유율 50%를 넘기면서 K-LCC업계는 기념비적인 도약의 해이자 폭풍성장의 서막을 열었다. 그리고 2014년은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해였다. 세월호 참사이후 우리 사회는 ‘안전’과 관련한 이슈가 그 어느 해보다 민감하게 다가왔다. 특히 항공안전에 대해 다른 어떤 분야보다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난히 K-LCC와 관련한 각종 소문이 정보수용자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잘못된 정보가 진실로 오해를 사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같은 사회분위기 속에서 독립형 K-LCC 업계는 2010년대이후 항공수송객수에서 K-LCC가 급속하게 시장을 확대하자 위기감을 느낀 기존항공사들이 악의적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누가 처음 만들어낸 말인지 몰라도 2010년대 중후반부터 생겨난 K-LCC에 대한 각종 소문 가운데 상당수는 거의 10년 이상 K-LCC를 따라다녔고,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도 꽤 된다. K-LCC를 둘러싼 악의적 소문과 오해를 세분화해서 열거하면 모두 14가지로 정리된다.

1) LCC는 항공기가 노후해서 불안하다.

2) LCC라서 비행기가 작다.

3) LCC는 중정비를 자체적으로 하지 못한다.

4) LCC는 해외에서 정비를 해 오기 때문에 다소 위험하다.

5) LCC는 비용을 아끼려고 정비를 소홀하게 한다.

6) LCC는 조종사가 고령이라서 상대적으로 위험하다.

7) LCC라서 탑승동이 멀거나 버스로 이동한다.

8) LCC라서 비싼 환불수수료를 받는다.

9) 우리나라 LCC는 싸지 않다.

10) LCC는 지연이 잦다.

11) LCC 승무원들은 자격요건이 낮거나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는 것 같다.

12) LCC는 안전관련 투자에 소홀하다.

13) LCC는 사고가 많아 상대적으로 위험하다.

14) LCC는 작고 영세하다.

2023년을 살고 있는 항공소비자들에게 이 같은 14가지의 K-LCC에 대한 오해가 일정부분 인정되는 것도 있고,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어 보이지만 2010년대 중후반 당시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던 것들이고 또 이런 것들 때문에 ‘나는 절대 LCC는 타지 않겠다’는 사람이 꽤 많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실상은, 항공안전과 관련해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 항공당국의 철저한 감독체계와 이 같은 감독수준에 걸맞은 국적항공사의 안전체계가 조합된 결과이다. 우리나라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실시하는 국가별 항공안전평가에서 국제기준 이행률 98.89%로 항공안전 세계 1위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항공안전평가는 1991년부터 회원국을 대상으로 운항과 종사자 자격관리, 사고조사 등 안전관련 전 분야에 대한 종합평가로 각 국가에서 다른 국가의 항공안전 수준을 측정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미국을 운항하는 외국 항공사를 ICAO의 국제표준에 따라 평가하는 프로그램에서도 1등급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주요 항공안전 평가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 같은 평가의 기초에는 기존항공사 두 곳 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국적의 모든 항공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즉, K-LCC를 포함한 대한민국 모든 항공사의 안전관리가 체계적이고 국제표준을 충족시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K-LCC에 대한 오해 가운데 항공안전과 관련한 어느 하나라도 오해가 아닌 사실이 있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항공안전이 무색해지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K-LCC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설득 역시 참으로 지난한 세월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K-LCC가 생긴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양대 항공사가 우리나라 항공사를 대표하는 모델로 소비자 인식에 너무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기존항공사는 운임은 비싸지만 수하물, 기내식, 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서비스를 포함시킨 Full Service Carrier에 해당한다. 반면에 K-LCC는 운항단가를 낮추고 항공기 가동률을 높여 운임을 낮추는 대신 각종 부대서비스는 유료옵션으로 제공해 수익을 얻는 방식의 항공사이다. 1981년 ‘여권법시행령’ 이후 우리나라 국민이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됐으나 K-LCC가 설립되기 전까지 항공여행은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특정인만을 위한 특권과도 같았다. 하지만 K-LCC가 도입되면서 소비자들은 어떻게 항공운임이 낮을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 그동안 알고 있던 항공여행은 승객이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가리지 않고 풀서비스를 해주던 ‘고가(高價)’의 교통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Low Cost Carrier를 ‘저가(低價)항공’이라는 근거 없는 우리말 해석 이후 더 나아가 ‘싸구려’라는 인상 때문에 소비자들은 K-LCC에 대해 불안해했고 FSC에 비해 제공되는 무료서비스가 적은 것에 거부감이 유독 심했다. 기존항공사의 잣대를 그대로 K-LCC에 적용시키려니 K-LCC를 이해하기가 도무지 어려웠다. 이 때문에 K-LCC들은 해외 LCC와 달리 취항 초에 기내식과 수하물 위탁서비스 등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젠 LCC와 FSC의 차이가 항공안전과 서비스 질의 높고 낮음이 아닌, 수익을 얻는 사업모델의 차이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즉, 항공안전과 승무원 훈련, 항공기 정비 등은 모든 항공사가 공통의 항공안전법을 따른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이처럼 LCC와 FSC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식한다면 각 항공사 모델에 따라 항공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소비자 인식전환이야 말로 K-LCC가 비용절감에 더 힘써 보다 LCC다운 모습을 갖춰갈 수 있는 뒷받침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항공여행의 대중화가 실현되는 밑거름이 된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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