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7)LCC와 대형항공사는 반대개념이 아니다

김효정 기자 2022-11-16 06:04: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기존항공사를 K-LCC들과 구분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고 있는 ‘대형항공사’라는 용어는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기존항공사가 ‘대형항공사’이려면, K-LCC는 저가항공사가 아닌 ‘중형항공사’나 ‘소형항공사’여야 알맞은 표현이 된다. 그만큼 우리나라 항공사를 LCC와 대형항공사로 구분하는 경우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명백하게 이치에 맞지 않다. LCC와 대형항공사는 반대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LCC와 구분하기 위해 기존 FSC 방식의 항공사를 ‘대형항공사’로 분류해서 부르는 경우가 우리나라에서는 꽤 일반화되어 있다. 이 같은 의미 안에는 LCC는 ‘작은 항공사’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2개사처럼 우리나라 기존 FSC 방식의 항공사들이 가진 업력(業歷)으로 인해 대형항공사이고, LCC 방식의 항공사들 대부분 신생이다 보니 중소형 항공사가 많다는 이유로 생겨난 현상이다.

항공사의 크기로 FSC와 LCC를 구분하는 것은 명백히 틀린 분류방식이다. 왜냐하면 항공시장을 우리나라에서 벗어나 글로벌로 확장해 보면, 기 운항 중인 LCC 가운데는 이미 대형항공사가 여럿 있고, 많은 수의 중형항공사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 유럽의 라이언에어(Ryanair)와 이지젯(Easy Jet),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Air Asia)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LCC들 가운데는 우리나라에서 대형항공사로 부르는 2개사 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큰 초대형급 항공사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만의 사정으로 FSC 방식의 기존항공사를 ‘대형항공사’로 부르는 것은 여러모로 이치에 맞지 않다.

기존항공사들은 우리나라의 LCC 도입 초기단계에 ‘저가항공사’로 갈라치기를 했고, 이는 실제 성공했다. 그리고 K-LCC들과 구분하는 기존항공사를 통칭하는 표현방법으로 ‘대형항공사’에 이어 ‘국적항공사’(국적기)라는 용어도 일부 사용되었다. 저가항공사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기존항공사를 ‘국적항공사’ 혹은 ‘국적기’로 상당히 널리 사용되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는 국적항공사(국적기)와 저가항공사라는 별칭으로 FSC와 LCC 방식의 항공사를 대별하여 구분하는 사례가 있다. ‘국적기’와 ‘저가항공’을 대비시킨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적항공사 혹은 국적기, 그 외 K-LCC들은 ‘저가항공사’로 구분했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표현방식이다. 그런데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항공업계에서조차 이 같은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국적항공사라는 용어를 ‘국영항공사’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국영항공사(國營航空社)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항공사로서 대부분 군주제, 공산주의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재정이 어려운 항공사의 경우에도 사용되고 있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항공사를 뜻하는 국책항공사와는 다른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대한항공공사가 국영항공사였으나 1969년 민영화되어 현재는 국영항공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국적항공사(國籍航空社)는 국영항공사가 아니라 ‘한 나라의 국적기로 항공운송사업을 하는 회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국적기(國籍機)는 ‘한 나라에 소속되어 있는 비행기’를 가리키는 단어로 다시 말해 대한민국 항공기를 의미한다.

위와 같은 구분대로 해석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는 대한민국 항공기이고, 우리나라 LCC들의 항공기는 다른 나라 항공기라는 뜻이 된다. 즉 K-LCC들도 대한민국 항공법에 따른 우리나라 항공사이므로 FSC 방식의 기존항공사를 포함한 모두가 다 국적항공사이자 국적기인 것이다.

 

  이처럼 LCC의 우리말 명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LCC의 올바른 우리말 해석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아직 우리나라 LCC업계에서 올바른 우리나라식 표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유통업계에서 미국의 디스카운트스토어(Discount Store)를 우리나라로 들여오면서 할인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듯 K-LCC 사업자 스스로 용어를 정해서 우리사회와 소통해야 했다. Low Cost Carrier를 단어 그대로 직역(直譯)해서 ‘저비용항공사’라 부르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보편적이지는 못하다. 때문에 2000년대 이후 해외 LCC에 대한 우리말 표현도 다양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불러야 맞는 말일까. ‘저가항공사’는 절대 아니고, ‘저비용항공사’도 다소 어색하다. 그렇다고 할인점의 경우처럼 ‘할인항공사’도 적절하지 않다. 과거 우리나라 LCC 내부에서 ‘알뜰주유소’에서 착안해 ‘알뜰항공사’를 대체용어로 검토한 적이 있었으나 이 명칭 역시 어울리지 않아 논의가 일찍 종료됐다.

따라서 어느 것 하나 적절해 보인다거나, 소비자 입장을 고려한 ‘한국형 LCC’의 특성과 업(業)의 개념까지 명쾌하게 이해시키기에 편해 보이지 않는다.

사우스웨스트항공. / 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전 세계를 통틀어 LCC의 효시는 자타공인 1971년 운항을 시작한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보다 먼저 ‘저가’만을 추구하였던 일부 항공사를 첫 LCC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저가의 항공권이 LCC의 ‘업(業)의 본질’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저가항공사’의 효시로 볼지언정 LCC의 효시로는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LCC와 저가항공사는 다른 개념이다. 둘 사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혀 다르다. 같은 업태가 아닌 별개의 업태이다.

LCC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처음 도입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말하는 것이며, 저가항공사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이노베이션과는 관계없이 단순히 기존항공사보다 현격하게 싼 항공운임을 받은, 말 그대로 ‘저가의 항공사’이다. 단순히 저운임으로 승부를 건 그야말로 저가항공사의 효시는 1946년 1월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Heathrow Airport)에서 남아메리카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로 시험비행을 실시한 영국남미항공(British South America Airways)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 1932년 러시아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Aeroflot Russian Airlines)가 첫 운항을 했는데 기내식으로 과일주스와 커틀릿(cutlet, 소 돼지 닭 따위의 고기를 납작하게 썰거나 다져서 그 위에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긴 요리)만 제공했으며 운임은 초저가 수준이었다고 해서 낮은 수준의 요금과 서비스 생략의 측면만 따져서 최초의 저가항공사로 보는 견해도 있다.

2004년 이후 우리나라 LCC들은 회사 설립과정에서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유럽의 라이언에어와 이지젯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에어아시아 등 대륙별로 성공한 LCC에 대해 기본적인 학습을 했다. 그 가운데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비즈니스 모델이 전 세계 LCC의 표본이기도 했지만 가장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LCC들 사이에서는 사우스웨스트항공 따라하기 열풍이 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LCC의 초기모습은 모두 어설프게나마 사우스웨스트항공과 닮은꼴이다.

실제로 2005년 설립되어 2006년 취항을 시작한 제주항공은 취항 준비과정에서 전 직원에게 시중에 나와 있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성공신화를 다룬 서적을 읽게 했다. 제주항공 취항 준비과정에서 필독서이자 교과서였다. 그리고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 하나하나를 그대로 따라하기 위해 노력했다. 제주항공의 초기 경영진은 취항 준비과정 중 사우스웨스트항공에 이메일을 보내 견학을 하고 싶다는 방문의사와 함께 일부 조언을 구하는 레터를 보냈으나 아쉽게도 사우스웨스트항공에서는 답신을 보내오지 않았다. 또한 국내 LCC 가운데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연을 맺은 항공사는 나오지 않았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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