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시진핑 '반도체' 힘준다는데...韓 반도체 어쩌나

김효정 기자 2022-10-24 10:09:20
[스마트에프엔=김효정 기자] 지난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됐다. 시 주석은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과 자강을 가속해 핵심기술 공방전에서 결연히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 대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압박하고 있는 미국과 정면 충돌 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렇듯 중국의 상황이 반도체 등 산업 분야에서 미중 갈등 고조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업들은 큰 고민에 빠졌다. 한국 반도체 기업은 대중국(홍콩 포함) 반도체 수출이 60% 가량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당장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은 미국 보다 중국에 투자를 집중해 왔다.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참가했다. /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과의 관계도 포기할 수 없다. 동맹국이라는 지정학적 관계를 비롯해, 미국 반도체 기업과의 기술협력, 미국이 핵심 공급망을 쥐고 있다는 점 등에서 난감한 상황이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칩4 동맹' 참여도 중국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상황은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38억 달러로 중국 투자 규모(170억 6000만 달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중국에만 249억 달러를 투자했고, 미국에는 공장이 없다. 

다행인 점은 최근 미국 정부가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우리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은 1년간 건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반도체 장비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점이다. 

이들 회사는 1년 간 시간을 벌었지만, 향후 중국 공장에 대한 장기 설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 사진=삼성전자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그동안 투자가 집중됐던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앞으로다"라며, "미국의 1년 유예기간이 지나면 중국공장에 대한 수출 통제 심사 대상이 될 것인데, 그 이후 중국공장에서 교체가 필요한 반도체 장비는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 대한 리스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자국의 반도체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기에, 향후 한국 기업의 반도체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여갈 것이 자명해 보인다"라며 "한국 반도체 기업은 이에 대한 대응책 또한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100대 반도체 기업 중 韓기업은 단 3개

한편, 글로벌 100대 반도체 기업 중 한국 기업은 3곳에 불과하며 시총 순위와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4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캐피털 IQ에 기반해 시가총액 상위 100대 반도체기업의 경영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100위 안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3개사만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42개사), 미국(28개사), 대만(10개사), 일본(7개사)에 비해 뒤떨어진다. 
주요 반도체기업 시총 순위 변화 / 자료=전경련

또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총 순위도 최근 수년 사이 크게 하락했다. 2018년 글로벌 시총 순위 1위였던 삼성전자는 대만 TSMC, 미국 엔비디아에 밀려 현재 3위로 밀려났다. SK하이닉스도 4계단 하락해 19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으로부터 인적 분할한 SK스퀘어는 1년 새 80위에서 100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 순이익률도 2018년 16.3%에서 지난해 14.4%로 1.9%포인트(p)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 대만이 3.9%p, 2.0%p, 1.1%p씩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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