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망 사용료 전쟁…대형 CP, 국회와 전쟁 선포?!

ISP "대형 CP의 트래픽 과부화로 인해 망 사용료 지불해야"
CP "망 사용료 부과, 망 중립성 위반"…서비스 제한 조치로 반발
로슬린 레이튼 "이번 사태, 구글이 시작한 '여론 조작'"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국회서 망 사용료 감춰질 우려도
황성완 기자 2022-10-21 10:20:33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국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와 관련해 법정 공판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구글(유튜브)·트위치·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간의 갈등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구글과 트위치는 이미 4K 초고화질 서비스를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자에게만 제공하고, 트위치도 국내 동영상 최대 해상도를 720p로 낮춘다고 공지해 국회에 반기를 들었다. 국내에선 구글이 국내에서 망 무임승차 방지법 논의에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볼모로 여론몰이를 내세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CI

국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추진…"CP 망 사용료 부과"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가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에게 국내 인터넷 사용시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하자 구글·넷플릭스·트위치 등의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망 사용료 전쟁이란 4K 초고화질 영상 시대를 맞아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벌어진 산업계 갈등이다.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같은 ISP 기업들이 구글(유튜브)·넷플릭스·메타(페이스북)·네이버·카카오 같은 대형 CP에게 트래픽 과부하 책임을 물어 일정 요금(망 사용료)을 부담하라고 요구하면서 다툼이 생겼다.

CP 측은 접속은 유료지만 전송은 무료라는 주장과 망 사용료 부과가 망 중립성을 위반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ISP 측은 CP의 의견에 반박하는 상황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인터넷 무임승차를 이대로 방치하면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 '공유지의 비극'이 생길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들도 요금을 내고 쓰는 인터넷을 그들만 무상으로 쓸 수 있다는 법적 규정이나 권한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송은 무료라는 주장에 대해선 "망 사용료를 두고 국내에서 소송 중인 넷플릭스의 이러한 주장은 1심에서 수용되지 않았고, 넷플릭스도 더는 같은 논리를 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해외 전문가 로슬린 레이튼 교수도 대형 CP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행위는 잘못된 행위라고 반박하고 있다. 로슬린 교수는 SK브로드밴드가 지난 3월 23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측이 제시한 논리와 주장들은 이미 미국에서 한번 사용됐으며, 이러한 의견을 다른 나라에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한국에서의 이번 경험을 통해 좀 더 책임감있는 모습을 넷플릭스 스스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CP가 주장하고 있는 '빌앤킵 원칙'에 대해 "빌앤킵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서로 유사한 수준의 트래픽을 교환해야하고, 당사자들의 합의하에 이뤄져야한다"며 "현 넷플릭스의 경우 트래픽 발생량이 높아 본 사례에 적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OCA를 설치하면 트래픽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에 "이러한 주장은 이타적인 주장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OCA의 설치는 SK브로드밴드의 이익을 저하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1심 2심에 거쳐 대형 CP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논쟁 중이다. 국회도 국내 ISP의 의견을 들어줬지만 넷플릭스는 이에 대해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 CG /사진=연합뉴스

구글·넷플릭스·트위치, 국회서 '망 사용료 부과' 추진하자 반발 나서

다른 대형 CP들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구글은 이미 자사가 운영 중인 유튜브에서 '망 중립성 보호' 캠페인을 진행 중으로, 망 사용료를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에서 활동 중인 1인 방송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이 해당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은 틱톡 등 경쟁사로 인한 수익 저하를 유튜브 프리미엄 개편을 통해 만회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4K 초고화질 서비스를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자에게만 제공하고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한단계 낮은 FHD(1440p) 해상도의 영상만 제공하는 식이다.

게임 방송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는 지난 28일 비용 증가를 이유로 국내 동영상 최대 해상도를 720p로 낮춘다고 공지했다. 이후 이틀 만인 지난 30일 화질 제한이 현실화하면서 사용자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이다.

유튜브도 화질을 제한하는 등 서비스 제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에 따르면 유튜브는 최근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4K 영상 옵션을 테스트 중이다. 4K급 2160p 해상도를 선택하면 아래 '프리미엄' 문구가 표시되고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식이다. 이러한 방안을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망사용료 부담을 핑계로 사용자를 앞세워 국회 압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유튜브는 영상 품질과 인터넷 속도, 디스플레이 환경 등 시청자 여건에 맞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료 사용자도 광고를 보면 2160p 이상의 해상도의 4K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월 1만4500원의 유료 상품인 유튜브 프리미엄에는 광고 없이 동영상 재생, 동영상 다운로드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영상 화질 옵션은 없다.

로슬린 레이튼 박사가 지난 3월 23일 SK브로드밴드가 진행한 망 이용료 관련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황성완기자

로슬린 레이튼 교수, 한국방송학회 세미나서 구글 망 사용료 관련 '여론 조작' 형성 주장 제기

구글이 해당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왜곡된 여론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새 국면을 맞았다. 한국방송학회는 최근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미디어정책학회와 '망사용료 정책과 입법: 이슈 담론화와 여론 형성'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열었다. 로슬린 레이튼 교수는 세미나를 통해 구글이 망무임승차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풀뿌리 운동'(대중적 민주주의)이 아닌 '여론 조작'이라고 규정했다. 레이튼 교수는 네트워크 경제학 전문가이자 미국 포브스지 시니어 칼럼니스트로서 망 사용료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레이튼 교수는 망사용료 법안이 통과되면 유튜버를 비롯한 크리에이터들의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구글의 주장에 대해 "그들이 전쟁을 하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미국과 유럽 상황을 예로 들었다.

이어 "과거 넷플릭스가 미국과 유럽에서 의도적으로 영상 화질을 낮춰 이용자들이 자국의 행정 기관에 항의하도록 만들었다"며 "당시 이용자들은 ISP 잘못을 주장했지만 범인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거대 테크 기업들"이라고 일갈했다.

국감서 '망사용료' 및 '인앱결제' 등 이슈 뒤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이러한 망 사용료 논쟁이 붉어지고 있는 상황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가 발생하면서 올해 국정감사 최대 현안이었던 '망사용료'와 '인앱결제' 등의 이슈가 뒤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관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성하 SK㈜ C&C 대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을 오는 24일 진행될 종합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감 최대 이슈였던 구글과 애플의 앱스토어 인앱결제 강제와 망 사용료 의무화 등의 이슈가 감춰질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향후 상황에 대해 주목되고 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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